원자재가 급등..증시 부담, 에너지주 뜨고 항공주 지고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 논의가 합의를 이뤄낸 것이 호재가 됐다. 개장초 S&P500 지수가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 이어 다우지수도 1만3000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보인 것. 하지만 고점으로 인한 차익 물량과 원유, 구리, 금 등 원자재가가 급등세를 모인 것에 대한 부담이 악재로 작용했다.
◆그리스 구제금융 합의로 1만3000선 돌파= 이날 13시간의 유럽 재무장관회의 끝에 13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안이 합의를 이뤘다. 그리스는 1300억유로를 지원받는 대신 오는 2020년까지 국가부채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120.5%까지 낮춰야 한다.
디폴트 위기까지 몰렸던 그리스 문제가 급한 불을 끄면서 뉴욕증시 주요지수의 고점 돌파에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이날 S&P500 지수는 오후 2시4분 1367.76까지 치솟아 2008년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다우존스 지수도 같은 시각 1만3004.97까지 뛰었다. 지난 2008년 5월19일 이후 3년 9개월만에 1만3000선을 돌파한 것.
◆원자재가 급등..증시 부담으로= 9개월 최고치를 기록한 유가와 급등세를 보인 금, 구리 등 원자재가격 인상이 증시를 압박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전일대비 2.6% 상승한 105.8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WTI는 장중 106.07달러까지 치솟아 지난해 5월5일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런던 국제거래소(ICE)의 4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일대비 1.4% 오른 121.6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IAF의 리서치담당 카일 쿠퍼는 "그리스 구제금융안 합의가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이란이 원유공급 시장에서 더 많은 잡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등에 대한 믿음이 유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구리는 지난 11월 이후 최대폭 상승했고, 금도 한달래 최대폭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 5월 인도분 구리 선물은 전일대비 3.5% 오른 파운드당 3.844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30일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버몽트 캐피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스콧 가드너는 "그리스 구제금융안의 합의가 이뤄지고, 중국이 지금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구리를 둘러싼 주변의 긍정적인 상황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COMEX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일대비 1.9% 오른 온스당 1758.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월25일 이후 최대폭 상승으로 금은 올해에만 12%나 급등한 상태다.
LGT 캐피탈의 애널리스트 베이람 딘서는 "그리스 구제금융 합의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믿음이 금값의 장기상승 전망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며 "이번 구제금융안은 단기 해결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주 뜨고, 항공주 지고= 유가 급등으로 관련주 희비가 엇갈렸다. S&P500 지수 안에 포함된 에너지 관련주가 평균 0.8% 상승했고, 엑슨모빌, 쉐브론 등이 모두 1% 이상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블룸버그의 항공주 지수는 6.4%나 급락했다. 실제로 US에어웨이가 11%나 급락했고, 유나이티드 콘티넨탈 홀딩스도 9.1%나 주저앉았다.
생필품 관련주도 약세를 모였다. 세계최대 소매상 월마트가 수익성에 타격을 입어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놓은 것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는 이날 3.9% 하락해 8월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정재우 기자 jj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