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압박..실직 공포..주가 뛰어도 가슴 떱니다
하지만 정작 A증권사 K차장(42세) 어깨는 이날도 축 쳐져있다. 주위에서는 모처럼 급등에 설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K차장에겐 남의 집 잔치일 뿐이다. 지난해 목표치를 달성한 달이 다섯 손가락도 안되는데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목표치를 훌쩍 넘겨 억대 연봉을 챙겨가는 동료들이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직원은 지점 직원 20여명 중 한두명에 불과하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달성해야 할 목표치가 높기 때문에 차장급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보통 연봉 8000만원을 받는 지점 차장급의 BEP(손익분기점)는 연봉의 3배인 2억4000만원이다. 수수료 수익만 월 2000만원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K차장은 나은 편이다. 대형사라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외에도 채권이나 상품 판매를 통해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J차장은 "목표는 목표일 뿐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며 "지점에서 BEP를 매달 채우는 직원은 3% 미만일 것"이라고 귀뜸했다.
대형사조차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니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인사철마다 불안하다. 전혀 연고도 없는 지점으로 발령내면 딱히 버텨낼 재간이 없다. 다른 지점에서조차 받아주지 않아 지점에 잔류할 밖에 없는 선배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지점 실적을 까먹는다고 내려오는 압박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버티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흑룡의 해'에 대박을 꿈꿔 보지만 자신감도 예전같지 않다. J차장은 그간 직접 투자에 나섰다 시쳇말로 말아먹은 게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커가는 아이들의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다시 모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산관리파트로 옮겨야 하는데 관련 자격증 취득, 새로운 고객 유치 등이 녹록치 않아요. 증권맨인데 급등하는 증시가 달갑지만은 않은 이 묘한 심정이 더 서글픕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