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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STORY]증권사 K차장의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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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압박..실직 공포..주가 뛰어도 가슴 떱니다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2012년 증시는 예상 외로 힘차게 출발했다. 첫날 숨고르기를 하더니 이튿날 단숨에 5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한국 대표주 삼성전자 는 사상최고치인110만원대로 올라섰고 임진년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모처럼 꽃을 피울 기세다.

하지만 정작 A증권사 K차장(42세) 어깨는 이날도 축 쳐져있다. 주위에서는 모처럼 급등에 설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K차장에겐 남의 집 잔치일 뿐이다. 지난해 목표치를 달성한 달이 다섯 손가락도 안되는데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증권사 다니면 억대연봉에 오후 3시면 일이 끝나니 얼마나 좋겠냐고 부러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인센티브를 제외하면 본사직원들보다 급여가 낮은 달이 더 많다. 한달에 30억원어치를 매매시켜야 본사 직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데 지난해 K차장이 이를 넘긴 달은 석달에 불과했다.

물론 목표치를 훌쩍 넘겨 억대 연봉을 챙겨가는 동료들이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직원은 지점 직원 20여명 중 한두명에 불과하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달성해야 할 목표치가 높기 때문에 차장급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보통 연봉 8000만원을 받는 지점 차장급의 BEP(손익분기점)는 연봉의 3배인 2억4000만원이다. 수수료 수익만 월 2000만원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K차장은 나은 편이다. 대형사라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외에도 채권이나 상품 판매를 통해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동기인 J차장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현실적으로 중소형사는 금융상품 판매에 한계가 있다. 브로커리지라 불리는 개인 주식영업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이 시장이 한계에 와 있다. 주고객인 개인투자자들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정착되면서 0.01%대 수수료에 길들여졌다. 0.5%나 되는 오프라인 수수료를 내면서 지점 직원과 거래하는 고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태세다.

J차장은 "목표는 목표일 뿐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며 "지점에서 BEP를 매달 채우는 직원은 3% 미만일 것"이라고 귀뜸했다.

대형사조차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니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인사철마다 불안하다. 전혀 연고도 없는 지점으로 발령내면 딱히 버텨낼 재간이 없다. 다른 지점에서조차 받아주지 않아 지점에 잔류할 밖에 없는 선배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지점 실적을 까먹는다고 내려오는 압박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버티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흑룡의 해'에 대박을 꿈꿔 보지만 자신감도 예전같지 않다. J차장은 그간 직접 투자에 나섰다 시쳇말로 말아먹은 게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커가는 아이들의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다시 모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산관리파트로 옮겨야 하는데 관련 자격증 취득, 새로운 고객 유치 등이 녹록치 않아요. 증권맨인데 급등하는 증시가 달갑지만은 않은 이 묘한 심정이 더 서글픕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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