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개발 공기업이 뛴다 - 한국전력
한국전력은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위치다. 때문에 해외자원개발은 한전에게는 그만큼 중요한 사명이 됐다. 말 그대로 밖에서 벌어서 안에서 챙겨야 한다. 기술력과 자원을 함께 맞아들인 한전의 무대는 이제 글로벌 시장이다.
한전은 2009년부터 공격적인 해외자원 개발에 나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요금 상승을 막고 발전용 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사정과 금융 위기 등 글로벌 정세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발전회사의 경우 연료비가 오르면 구입 전력비는 상승하지만 전기요금은 구입 전력비 인상분만큼 올리기 어렵다. 따라서 직접 자원개발에 나선다면 그만큼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발전용으로 들여온 연료 가운데 가장 많이 차지한 자원은 유연탄과 우라늄이다. 유연탄의 경우 9600만t 가운데 7100만t을 사용했고 우라늄은 4700t 전량을 사용했다. 한전은 “직접 자원을 개발하고 투자를 통해 배당금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면 연료비 변동을 헷징(hedging)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전의 자원개발 전략은 물량 중심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했다. 우선 고부가가치 핵심인 우량 광산을 찾아 투자하기로 했다.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입수합병(M&A)도 방법 중 하나다. 광산을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능력도 높이는 중이다. 대상 지역도 기존 호주, 인도, 캐나다에 이어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등으로 다변화하기로 했다.
한전은 2009년 12월 아프리카 니제르공화국 이모라렝 우라늄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아레바사의 자회사의 아레바 NC 익스팬션(Areva NC Expansion)사에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참여했다. 총 2900억원의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이모라렝 우라늄 광산 지분 10%를 인수했다. 한전은 이미 캐나다 데니슨사 지분 인수를 15.1%를 확보했었다. 이로마렝 광 지분을 합하면 자주개발률이 22%로 상승한 상태다.
한전은 이로마렝 광산 지분 인수로 이 광산에서 생산하는 우라늄 10%인 1800t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4년간 매년 평균 700t 가량의 우라늄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양이다. 이는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연간 우라늄 소비량 5000t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전은 현재 데니슨사와 이모라렝 광 지분 인수 외에도 캐나다에 2개의 우라늄 탐사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워터베리 우리늄 탐사사업은 지난해 16개공을 시추했고 그 결과 8개의 고품질의 우라늄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선 공익성 수익성 투트랙 전략
한전이 본격적으로 해외자본 개발에 뛰어든 것은 2007년부터다. 호주 코카투사에 투자를 시작으로 물라벤 광산 개발에 참여했고 인도네시아 아다로에너지(Adaro Energy)사 지분을 인수하는 등 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 왔었다.
특히 직접 자원개발과 함께 굵직한 M&A에도 집중 노력했었다. 지난해 7월에는 호주와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유연탄 광산 지분을 인수했다. 또 같은 해 7월에 세계 3위 유연탄 수출기업인 호주 앵글로 아메리카(Anglo American)사와 매장량 4억2000만t의 호주 바이롱 유연탄 광산 지분 100%를 인수했다. 호주달러로 4억달러 규모다.
또 같은 해 7월 인도네시아 8윌 유연탄 전문기업인 바얀리소스(Bayan Resources)사의 상장주식 20%(6억6700만주)를 인수했다. 지분비율만큼 유연탄을 확보하는 조건이다.
바얀리소스사는 총 매장량 10억t의 8개 광산에서 유연탄을 생산하고 있으며 바지선 운송회사와 유연탄 블렌딩이 기술과 더불어 육상과 해상 터미널까지 보유한 메이저 에너지 기업이다. 한전은 바얀리소스 지분 확보로 2012년부터 연간 200만t, 2015년부터는 연간 700만t을 확보해 발전용 유연탄 자주개발률도 34%로 높였다.
한전은 바이롱 광산 인수로 해외 자원개발 역사상 최초로 대규모 유연탄 광산 경영권도 확보했다. 또 추가탐사와 개발, 생산 및 판매 등 밸류체인(Value Chain) 전 부문을 주도하는 셈이다.
한전은 바리롱 광산에서 2016년부터 30년 동안 열량 7050Kcal/kg 이상의 고품질 유연탄을 연평균 750만t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또 안정적인 연료 확보를 위해 유연탄 공급시장에 직접 참여해 발전연료 가격 변동성을 방어하고 추가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전의 다소 공격적인 행보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공익성이 전제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취임한 김중겸 한전 사장도 취임사에서 “국내에서는 공익성을 기반으로 한 전력사업을 벌이고 해외에서는 수익성 위주의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이미 해외에서 원전 등 다양한 발전 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자원까지 공급한다면 수익성은 배가 되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2030년까지 글로벌 전력시장은 1경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술과 자원 확보가 된다면 해외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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