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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우주의 수수께끼 해결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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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전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던 노벨상의 '행방'이 밝혀졌다. 3일 발표된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우주 가속팽창을 증명한 3인방에게 돌아갔다. 4일 화학상은 중결정의 존재를 입증한 대니얼 셰시트먼 교수의 차지가 됐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4일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 노벨 물리학상 위원회는 솔 펄머터(52, Saul Perlmutter) 미국 UC버클리대 교수와 브라이언 슈밋(44, Brian P. Schmidt)호주 국립대 교수, 애덤 리스(42, Adam G. Riess) 존스홉킨스대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펄머터 교수는 로렌스-버클리 국립 관측소에서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슈미트 교수와 리스 교수는 함께 하이-제트 슈퍼노바 연구팀을 주도해왔다.
▲물리학상은 '우주', 화학상은 '물질'
이들의 연구에 바탕이 된 것은 ‘1a' 타입의 초신성이었다. 태양만큼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나 크기가 지구 정도로 작아 폭발할 때 전 은하를 합친 것만큼 강렬한 빛을 내뿜는다. 또한 질량과 관계없이 폭발시 최대 밝기가 일정한 것이 특징이다. 이 초신성의 밝기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면 우주의 팽창 속도를 기록할 수 있다. 광원과 멀어질수록 빛이 어두워지는 것을 이용한 간단한 원리다. 그런데 밝기가 예측한 결과보다 더 급속도로 어두워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우주 팽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됐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주장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문제는 팽창 속도다. 팽창이 점점 느려지고 있는지, 혹은 점점 빨라지고 있는지가 과학계의 관심사였다. 1970년대 팽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예측이 제시됐으나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이어 1998년 펄머터 교수 연구팀과 슈미트 교수, 리스 교수의 연구팀이 우주 팽창이 가속되고 있다는 증거를 내놓았을 때 과학계는 '천문학의 기본 이론이 흔들릴 것'이라며 흥분했다. 디지털 이미지 센서(CCD)와 슈퍼컴퓨터의 발달로 우주관측이 진일보하며 가능했던 성과였다. 펄머터 교수는 1988년부터, 슈미트 교수와 리스 교수는 1994년부터 연구에 매진해왔다.

이같은 팽창의 원동력은 우주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 에너지(dark energy)에 의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나 암흑 에너지가 정확히 어떤 것이며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는 현대 물리학의 최대 수수께끼 중 하나다. 가장 유력한 것은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 개념이다. 진공 공간의 암흑에너지가 만유인력에 반대되는 척력(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해 우주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셰시트먼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교수. 4번째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스라엘의 저력도 재조명됐다.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셰시트먼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교수. 4번째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스라엘의 저력도 재조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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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의 대니얼 셰시트먼(70, Daniel Shechtman) 교수는 자연 상태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준결정(quasicrystal)의 존재를 증명해냈다. 대부분의 고체 물질은 원자가 일정하게 배열돼있거나 혹은 무질서하게 배열돼있지만, 준결정은 그 중간 형태를 취한다. 5각형의 원자 배열 패턴이 3차원 공간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일반적 결정 구조와 달리 규칙적으로 반복되지 않는다. 아랍 지방의 모자이크를 들여다보면 알기 쉽다. 이들 모자이크에서는 수학적 규칙을 따르는 패턴이 연속되지만 그 중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준결정이 바로 이런 모양이다.
원래 5각형 단결정 구조는 면이나 공간을 채울 수 없다. 정5각형 타일로 벽을 빈틈없이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정5각형을 이어붙인 정20면체로 입체 공간을 꽉 채우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준결정은 이 '말이 안 되는' 형태로 존재한다. 셰시트먼 교수는 1982년 고차원 투과현미경을 이용, 알루미늄과 망간 합금에서 준결정을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자연상태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만큼 이 연구 결과는 학계에 큰 논란을 불러왔다.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는 데만 3년이 걸렸고 셰시트먼 교수는 당시 몸담고 있던 연구팀에서 퇴출당하기도 했다. 이후 연구가 계속되며 준결정은 자연에 존재할 수 있는 물질 상태로 인정받게 된다.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100가지 이상의 준결정상을 합성됐으며, 이탈리아와 미국의 국제연구팀이 러시아에서 채취한 광석 샘플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준결정이 포함돼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프라이팬 코팅이나 디젤 엔진 등 강철 강화제 등 다양한 응용 영역에서 연구되고 있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슈밋 호주 국립대 교수. 1915년 이후 최초로 탄생한 호주 출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슈밋 호주 국립대 교수. 1915년 이후 최초로 탄생한 호주 출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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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의 것만이 아니다
노벨상은 단순히 수상자의 영예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적 '경사'다. 일례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호주 과학자들이 국민에게 자랑스러움을 선사한 날"이라며 "수상자와 연구팀이 혁명적이고 비범한 연구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브라이언 슈밋 교수는 호주가 1915년 이후 최초로 배출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4번째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스라엘의 저력에도 시선이 쏠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 국민의 지적 잠재력을 보여줬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스라엘은 인구 780만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지금까지 총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탄생시켰고 이 중 4명이 화학 분야에서 수상했다. 아직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배출하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부럽기만 한 모습이다.

여러 차례 지적돼 왔듯이 노벨상 수상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기초과학 연구다. 노벨상은 다른 연구에 준거를 제시할 수 있는 기초과학 연구 성과에 주어진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발표 현장에서 한 기자가 자체 이론이 아닌 관측 결과에 상을 준 이유를 묻자 노벨위원회 측이 "여타 물리학 연구에 틀(frame)이 될 수 있는 성과이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일본이 과학 분야에서 15명의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도 1990년대부터 국민 총생산 2%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이 중 40%를 기초과학 연구에 할당하는 파격적 투자 덕분이었다. 올 초 한국을 방문한 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맨체스터 대학 교수 역시 "노벨상을 위한 정부 투자는 독창적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는 기초연구에 집중돼야 한다"며 "한국 정부 정책이 기초연구보다 응용연구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기초과학 연구 투자 필요성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2012년 R&D예산 중 기초과학기술과 나노기술, 생명과학 부문에 할당된 예산은 4조 959억원. 또한 기초·원천연구 부문 투자비중이 총 예산의 절반을 넘어서도록 기획해 응용연구에 치우친 민간 부문의 투자를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과학비즈니스벨트에 세워질 기초과학연구원도 노벨상의 '산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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