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의 그늘...소송에 멍든 주택시장
#2. 인천 청라지구 입주민들은 시공사와 상관없이 똘똘 뭉치면 건설회사를 상대로 분양계약 해지를 위한 소송에 들어갔다. 이들은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분양할 당시 단지 앞에 학교가 들어서고 2013년에는 경전철이 운행될 것이라고 홍보를 했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소송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6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마무리 공사나 입주가 진행중인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정산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단지가 인천경제자유구역 아파트 분양자 3000여명이 건설업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장밋빛 개발 청사진만 믿고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 받았지만 개발 계획은 대부분 무산되거나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태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각종 민간 PF사업 등 대형 개발 사업이 좌초되면서 이를 미끼로 아파트 분양가를 올려 분양에 나섰던 단지들은 대부분 계약자와 시공사와의 관계가 대립 상태에 들어있다.
우선 광교신도시 입주민총연합회는 성남시가 추진하는 신분당선 연장선 제2미금역 설치계획에 대해 노선변경 불가입장을 밝히며 제2미금역 설치가 추진될 경우 부담금 반환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택지 조성원가를 놓고 소송도 진행중이다. 경기도시공사는 광교신도시 A6블록에 대해 당초 공급금액보다 514억원을 인하한 가격에 재매각을 추진하면서 애초 택지조성 계약을 체결한 한양측과 계약금 167억원 반환 소송이 진행중이다.
이처럼 분양정산소송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집값 하락으로 시세가 분양가 아래로 떨어지는 가격 역전현상 탓도 있다. 입주자들이 건설사로부터 분양가 할인 등 가격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차원에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 입주소송만 전문으로 하는 브로커와 변호사사무소, 감리업체들까지 활개를 치는 것도 입주정산 소송을 부추기는 한 배경이다.
입주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G법무법인 관계자는 "건설 분야 기획소송이 종전에는 하자보수 소송 위주였지만 이제는 가격, 즉 분양정산 소송으로 흐름이 바뀌는 추세"라며 "아파트 입주를 틈새시장으로 보고 뛰어드는 전문 브로커와 법무법인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정작 입주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분양정산 소송에서의 승소 여부는 분양원가에서 판가름 나는데 분양 시점과 시공 시점과의 시차에서 큰 폭으로 달라지는 원자재값 등을 정확히 따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계약해지 소송이 진행중인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시공 하자나 시행사나 시공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것보다 분양대금을 일부 돌려 받으려는 목적의 부당이득 반환소송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중도금과 잔금을 치루고 입주하려는 이들은 잇단 분쟁으로 내집에 들어가기 힘든 상태다. 박상언 유앤알 컨설팅 대표는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한 소송전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 크다"며 "잇따른 소송전으로 실입주자 피해 예상되는 만큼 분쟁해결센터 등 국가 차원의 방안 마련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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