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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뉴먼이 생각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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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안 녹이는 나눔 실천의 숨결들

[아시아경제 백재현 기자]
"저는 지금까지 남다른 행운을 누려왔다는 것을 잘 압니다. 무척 운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행운을 타고난 사람들은 그들보다 불운한 사람들을 도와야 합니다."

꼭 3년 전인 바로 오늘(미국 시간 26일) 83세의 일기로 암으로 타계한 영화배우 폴 뉴먼이 했던 말이다. ‘상처뿐인 영광’,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 등 80여편의 주옥같은 작품으로 60년대 뭇 젊은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폴 뉴먼. 할리우드 최고 배우에 오른 그는 잘 생긴 외모 못지 않게 모범적인 삶으로도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았다. 폴은 스타로서도 빛났지만 박애주의자로서 낮고 어두운 곳에서 더욱 빛이 났다.
폴은 이혼과 스캔들로 넘쳐나는 할리우드에서 단 한 번의 스캔들 없이 아내 조앤 우드워드와 50년을 함께 살았다. 그는 "집에 스테이크가 있는데 햄버거를 사먹으러 나갈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조크로 아내와의 부부애를 과시했다.

두 사람은 영화 ‘길고 긴 여름’에서 만나 1958년 결혼했다. 조앤 역시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최고의 배우였지만 이후 아내 역할에만 충실했다. 이런 아내에 대한 보답으로 폴은 1968년 영화 ‘레이첼 레이첼’을 제작해 아내를 화려하게 재기시키고 자신도 성공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두사람에게 시련이 찾아온 것은 1978년 외동아들 스코트 뉴먼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면서다. 한때 자신도 알콜중독이었던 폴은 아들의 죽음이 자신 탓인 것만 같아 깊은 슬픔에 빠진다. 이때 그에게 돌파구를 찾아준 사람이 바로 아내 조앤이다. 이 후 폴은 자선사업과 기부 등으로 그야말로 자신의 이름처럼 ‘새로운 사람(Newman)’으로 산다.
조앤은 약물중독자의 치료를 돕는 기부사업을 제안했고 폴은 흔쾌히 자선재단을 설립한다. 1980년 죽은 아들의 이름을 딴 '스콧 뉴먼 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1982년에는 유기농 식품회사 ‘뉴먼즈 오운’을 설립해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환자나 제3세계 빈곤 아동을 돕는 데 썼다. 1988년에는 난치병 어린이 치료를 위한 단체로 ’산골짜기 갱단 캠프’를 설립했다. '산골짜기 갱단 캠프'는 병마에 시달리며 고통과 싸우는 어린이 환자들에게 유년 시절의 즐거움을 찾아주자는 취지로 만든 자선 단체다. 코네티켓 주에서 시작돼 현재 미국 30여개 주, 프랑스 헝가리 우간다 베트남 등 세계 30여개국으로 확산됐다. 캠프에서 어린 환자들은 말을 타고 수영을 즐기며 최상의 보호를 받고 있다.

폴은 1999년에는 자선사업을 컨설팅해주는 ‘기업 자선 촉진 위원회(CECP)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렇게 25년간 폴이 기부한 금액은 총 2억8000만달러(약 3000억원)에 달한다. 폴과 조앤 부부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은 아이들 수는 14만여명에 이른다. 스크린 밖에서 펼친 그의 활동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2008년 9월 26일 폴은 모든 재산은 아내에게, 뉴먼즈 오운의 수익금과 로열티는 자선단체에 기부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사랑하는 아내를 둔 채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벌여 놓은 훌륭한 일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6일 조선일보는 우리나라에서 1억원 이상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49명의 면면을 소개하는 기사를 1면 톱으로 게재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갑부 2만명으로 구성된 미국 단체 ‘토크빌소사이어티’를 벤치마팅 해 지난 2008년 설립됐다.

1억원 이라는 큰 돈을 기부한 사람들이라 낯익은 재벌들이 회원일 줄 알았다. 하지만 축구스타 홍명보를 제외하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놀랍게도 그들 중 절반이 고졸 이하의 학력이었다. 어린 시절 어렵게 산 사람들 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묵직한 감동을 받았으리라.

경제가 불안 불안하다. 자연히 삶도 불안해 진다. 아침 저녁으로 뚝 떨어진 기온 만큼 마음이 추워진다. 그래도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은 나눔을 실천하는 그들의 따뜻한 숨결 때문이다. 오늘 폴 뉴먼, 그를 다시 떠올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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