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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앤존슨, 어떻게 컸을까?..운명 가른 위기관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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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어려울 때 빛나는 것이 '위기관리 능력'이다. 특히 기업의 성패는 여기에서 좌우된다. 현명한 기업은 위기를 양분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한다. 어리석은 기업은 위기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진다.

정말 잘못을 했는 지는 중요치 않다. 그 자체가 숙명이고, 어느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핵심은 '위기 뒤 어떤 이미지를 구축하느냐'다. 잘못한 게 없는 데도 관리를 못해 쇠퇴한 기업과, 잘못을 해놓고도 대응을 잘 해 뛰어오른 기업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공업용 우지' 사태로 곤두박질쳤던 '삼양식품'의 사례에서 잘못을 배우고, '독극물 타이레놀' 사태를 신뢰구축의 발판으로 삼은 '존슨앤존슨'에게서 잘한 것이 무엇인지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법원은 "무죄", 소비자는 "유죄"… 삼양식품의 추락사(史)=삼양라면의 주인공 삼양식품. 1961년 문을 연 뒤 30년 가까이 승승장구하며 라면시장의 60%를 점유하던 이 회사는 1989년 뜻하지 않은 사태에 마주한다. 발단은 '삼양식품이 라면을 튀길 때 공업용 우지(쇠기름)를 사용한다'는 신문기사였다. 기사는 사실로 판명났고 사태는 검찰을 거쳐 법원으로까지 옮겨갔다. 보건당국의 고발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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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법정 다툼은 정 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삼양식품이 사용했다는 공업용 기름은 인체에 아무런 해도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름은 심지어 미국의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에서도 널리, 그것도 합법적으로 사용되는 고급 기름이었다. 법원의 최종 판결은 무죄. '삼양식품이 사용한 우지가 사회통념상 식용하지 않거나 상용식품으로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 판결을 얻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사태가 벌어진 뒤 삼양식품이 보여준 태도였다. 삼양식품은 일단 사태를 인정하고 믿을만한 사후 방안을 내놓아 소비자를 안심시키기보다는, '우리가 정말 잘못했는지는 법적으로 따져봐야 안다'는 식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데 더욱 열중했다. 물론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5년 동안 삼양식품의 매출은 90% 넘게 떨어졌고 끝내 법정관리까지 받게 됐다. '공업용 기름을 사용한 회사'라는 소비자들의 단편적인 인식, 즉 회사 이미지 관리에 실패한 셈이다. 진실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였다.

◆"용서해주실 때까지 물건 안 팔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존슨앤존슨의 도약사(史)=삼양식품이 무죄였다면 존슨앤존슨은 잘못이 무척 컸다. 그런데 삼양식품과 정 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통제 타이레놀. 존슨앤존슨의 주력 상품인 이 알약에서 독극물이 나왔다. 1982년의 일이다. 시카고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한 정신병자가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한 것이다. 이를 알 리 없는 일반 복용자 7명이 사망하면서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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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것은 존슨앤존슨의 대응이었다. 이 회사는 사태가 알려진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존슨앤존슨은 "미국 전역에 있는 모든 타이레놀을 수거하겠다. 범죄가 발생한 지역 뿐 아니라 괌과 하와이 등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타이레놀까지 모두 수거하겠다. 그리고 범인이 잡힐 때까지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다. 시중에 풀린 타이레놀을 전량 수거하는 작업에는 수 억 달러가 들었다.

며칠 후 범인이 잡혔지만 존슨앤존슨은 즉각 판매를 재개하지 않았다. "당분간 타이레놀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새로운 포장법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물건을 안 팔겠다는 것이었다.

존슨앤존슨은 약속대로 판매를 계속 중지했고, 약 반년 뒤 새 포장법을 개발하고 나서야 다시 판매를 시작했다. 사태 뒤 존슨앤존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오를 대로 올라갔다. 수거에 들어간 수 억 달러와 한동안 판매를 못 해 발생한 피해는 결국 홍보비용이나 다름이 없었고, 이 돈으로 소비자 신뢰라는 커다란 가치를 구매한 셈이었다.

"위기는 한 회사가 그때까지 사회와 맺고 있던 관계가 재편되는 과정이다." 한호택 IMG세계경영연구원 교수는 기업들이 마주하는 '위기'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위기 자체와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회사가 이전까지 쌓아온 존경ㆍ사랑ㆍ미움ㆍ질투 등 소비자들의 감정 조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독극물 타이레놀' 사태에 부딪힌 존슨앤존슨이 위기의 본질을 간파해 '사랑과 존경'이라는 견고한 조합을 만들어냈다면, '공업용 기름' 사태에 직면한 삼양식품은 위기의 본질보다는 현상 자체에 지나치게 집중해 '미움과 질투'같은 부정적인 조합에 스스로 얽혀들었다는 얘기다.

한 교수는 "위기가 시작되는 순간, 기업은 무대 위로 올라가고 거기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 소비자는 관객이다. 관객이 된 소비자들은 드라마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평가하고 심판한다. 심판의 기준은 잘잘못 만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른 뒤 기업이 보이는 태도, 소비자들에 대한 대응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미지가 구축된다.

한 교수는 올바른 위기관리를 위한 열 가지 수칙, 이른바 '위기관리 10계명'을 제시한다. 계명은 ▲위기는 사회가 당신 회사를 심판하는 재판의 과정이다 ▲처음 24시간이 전부다 ▲위기관리팀을 미리 구성해두라 ▲내부 직원을 최우선으로 보살피고 활용하라 ▲스토리를 정교하게 구성하라 ▲스토리와 시스템으로 커뮤니케이션하라 ▲언론을 피하지 말고 언론의 속성을 파악해 적극 대응하라 ▲거짓말은 절대 안 된다 ▲고위 임원에 대한 형사처벌을 최대한 막아라 ▲끝맺음을 잘 하라 등이다. 

한 교수는 "이 십계명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우리가 착한 회사임을 알리라'는 것"이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결국 위기관리의 본질은 사람과의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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