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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한 척에 7만개···‘길’을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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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선박건조에는 ‘발판’ 필수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직원들이 선박 발판과 안전난간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직원들이 선박 발판과 안전난간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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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조선소에서 거대한 크기의 선박을 건조하려면 구조물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길을 ‘발판(Scaffold)’라고 부르는데, 발판이란 흔히 어떤 곳을 오르내리거나 건너 다닐 때 발을 디디기 위해 설치해 놓은 장치를 의미한다.

발판 작업은 모든 선박이나 해양플랜트의 건조 작업 중 가장 먼저 선행되는 일인 동시에 제일 마지막을 장식하는 일이다. 63빌딩보다 길고, 축구장보다 넓은 큰 선박을 안전하게 짓기 위해서는 블록이나 배 주변으로 통로나 작업대가 꼭 필요하다.

즉, 2m가 넘는 높이의 고소작업시 발판이 없으면 어떤 작업도 할 수가 없으니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하고 도장, 의장 등 모든 건조 작업이 마무리가 돼야 비로소 발판을 해체할 수 있다.
한 척의 배가 완성되기까지 필요로 하는 발판의 수는 엄청나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발판의 설치와 해체를 주 업무로 하는 발판지원그룹에 따르면 선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상선의 경우 액화천연가스(LNG)선은 약 10개월 동안 3만8000개가, 1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약 8개월 동안 2만3000개의 발판이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옥포조선소 E안벽에서 크레인으로 통행브리지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옥포조선소 E안벽에서 크레인으로 통행브리지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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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는 훨씬 많은 발판을 필요로 한다. 드릴십의 경우 약 13개월 동안 7만6000개가, 반잠수식 시추선은 8만2000개가 필요하다. 이처럼 1년여 동안 수만개의 발판이 설치되고 해체 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선박이 건조되는 것이다.

조선소의 안전작업을 위해 가장 앞선 곳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허공의 길’을 하나씩, 하나씩 만드는 일은 매우 위험한 작업이다. 따라서 발판지원그룹처럼 각 조선소에는 ‘안방같이 편안하고 안전한 발판’을 만드는 담당부서가 설치돼 안전한 작업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발판 작업은 추락이나 낙하와 같이 중대 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까다롭고, 철저한 안전관리 하에 작업이 행해진다.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발판 작업조는 최소한 2명 이상으로 구성돼야 하며 적어도 한 사람은 발판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만을 배치하고 있다.

발판의 개선활동도 이들 직원들의 몫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가로 300cm, 세로 30cm의 발판을 표준화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 발판의 경우 철판 두께가 1.2㎜, 중량이 20kg가까이 된다. 작업자의 손으로 직접 설치·해체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힘을 필요로 하고, 그만큼 어려움도 크다.

하지만 최근 경량화 발판의 도입을 위해 그룹원 아이디어를 모으고 여러가지 샘플발판을 제작해 시범 운영중인데, 0.8mm 두께에 중량 14kg이 나가는 경량화 발판을 디자인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보다 무게를 3분의 1 가량되는 것으로, 내년 부터 훨씬 가벼워진 발판으로 작업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발판을 설치하지 않고도 구조 개선이나 작업대 등을 만들어 지원하는 무발판 공법을 비롯 장비화·작업대화, 발판 기자재 개선 등을 통해 작업 위험을 줄여나가고 있다.
<자료: 한화오션 · HD한국조선해양 · 삼성중공업 ·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HJ중공업 >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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