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불똥 지구 '먹통' 될라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태양이 또 폭발했다구?"
지난 6일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연구소는 태양 폭발에 따른 피해 발생 주의보를 발령했다. 3일부터 흑점번호 11216과 11263등에서 연이어 태양 흑점 폭발이 발생, 경보등급 4단계급의 지구 자기장 교란이 일어나 위성위치 추적이나 전력전송망 훼손 등의 피해 발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소속 태양관측위성(SDO)도 9일 태양 흑점이 폭발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최근 5년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폭발이었다.
태양 폭발의 원인은 흑점이다. 흑점은 태양 표면의 비교적 좁은 지역에 자기력선이 촘촘하게 형성된 지역이다. 자기력선이 강해서 태양 내부로부터의 대류가 원활하지 않아 어둡게 보인다. 크기는 망원경으로 겨우 보이는 지름 1500km의 작은 것부터 10만여 km 크기까지 다양하다. 태양 폭발은 흑점이 복잡하게 얽힌 곳에서 발생한다. 흑점과 그 주변부에 자기장 변화가 발생하면서 에너지가 폭발하는 것이다.
태양이 폭발하면 태양대기물질(CME)이라 불리는 고속의 플라즈마 입자가 폭발과 함께 발생한다. 이 현상은 '코로나 물질 방출'이라고 불린다. 또한 반대 방향의 자기력선이 만나 일으키는 플레어 폭발은 자외선, X선 등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이들은 우주 공간의 환경 변화를 가리키는 '우주 날씨'를 좌우하는 큰 요인이다. 플레어 폭발로 인한 전자기파는 약 8분만에 지구에 도착하고, 코로나 물질은 2~3일이면 지구까지 떨어진다.
현재 우리 일상이 전기와 전자제품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헤아려보면 태양 폭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1989년 캐나다 퀘벡에서는 우주환경 변화로 전력망이 손상돼 9시간동안 주 전체가 정전됐었다. 영화 속에서만 보던 디스토피아의 모습이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재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이미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우주환경예보센터'다. 기상청에서 날씨를 관측하고 예보하듯이 우주환경의 변화를 관측하고 이로 인한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우주환경예보센터를 갖추고 대비 체계를 마련하는 중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천문연구원이 지난해 나사와 MOU를 맺고 태양관측위성(SDO), 근지구우주환경관측위성(RBSF)에서 데이터를 받아 내년 초부터 실질적 예보를 하려고 준비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우주환경 변화 대비 수준은 아직까지 걸음마단계에 머물러 있다. 2007년부터 우주환경예보센터 구축사업을 시작해 2013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연구인력 부족이 현실적 한계로 작용한다. 천문연구원에서도 우주환경 연구 인력은 15명에 불과하고 전파연구소, 기상청 등 관계 기관도 담당 인력이 없다. 천문연구원 우주감시사업센터 이재진 박사는 "제일 시급한 것이 연구 인력 문제"라며 "예ㆍ경보를 하려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천문연구원 김연한 박사는 "국가적인 태양활동 예측과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지상에서 태양을 감시하는 시스템 구축에 주력해왔지만, 앞으로는 국제협력을 통해 우주 관측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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