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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뒤집어보기] '상실의 시대' 겪는 빈곤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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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가난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가난 때문에 쪼그라드는 마음이 문제다. 정치경제학적 용어를 빌리면,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빈곤이 사회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절대적 빈곤층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계층간 신분 상승의 의지도 꺾여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강 연구위원은 빈곤층의 계층 상향이동 비율이 빠르게 줄고, 중하층의 경우 계층 하락비율이 급속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연평균 소득에 따라 10개 구간으로 나누어 보면 계층이 바뀔 확률이 1990∼1997년에는 64.3%이었지만, 1998∼2002년에는 62.9%로 줄고, 2003∼2008년에는 57.7%로 떨어졌다. 강 연구위원은 "자신의 세대나 자녀 세대에서 소득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없다면 상대적 박탈감이나 상실감은 계층적 위화감을 키우고 사회통합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난은 저소득층의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보고서를 보면 하위층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지위상승 가능성을 낮게 봤다. 주관적 계층의식이 하층인 경우 본인에 대해서는 21.0%, 자녀에 대해서는 35.9%가 지위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같은 질문에 상층인 사람들은 74.2%가 본인,74.5%가 자녀의 지위 상승 가능성을 높게 봤다.

소설가 정미경은 '내 아들의 연인'에서 이같은 세태를 그린다. "똑같이 맨 얼굴로 서 있어도 이 동네 사람(강남)과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의 피부는 때깔에서 차이가 난다. 그게 걸치고 있는 입성의 차이에서 나오는 느낌만은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뼛 속 깊은 데서 나오는 다름".여자는 아들의 가난한 여자친구를 측은히 여기지만, 그게 가난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안다. 아들의 여자친구는 가난 때문에 마음이 쪼그라들고, 스스로 두려워한다. 아들은 일기장에 "우리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고 쓰고 여자친구와 헤어진다.

2500년전 그리스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회 갈등이 늘었다. 그러자 대정치가 페리클레스는 이렇게 말하면서 제도 개혁에 나섰다.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가난에 대해 (사회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게 부끄러운 것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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