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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의 남자 - '스프링 어웨이크닝' 윤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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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의 남자 - '스프링 어웨이크닝' 윤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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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발단은 뮤지컬이었다. 고등학교 때 날리던 중견수 출신으로, 야구 선수라면 모두가 바라는 꿈의 무대인 프로야구 그것도 명문구단인 두산 베어즈에 입단한 윤현민(27)의 이상과 현실의 차는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다. 의욕만 앞선 탓에 실제 경기에만 서면 도무지 제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운도 윤현민의 편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부상으로 1군보다는 2군에서 연습하는 기간이 훨씬 길었다. 혈기왕성한 20대 초반 열혈 청년의 몸과 마음은 서서히 지쳐갔다.

어느 날 윤현민은 우연히 대학로에서 뮤지컬 한 편을 보게 됐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손꼽히는 ‘김종욱 찾기’가 바로 그 작품이다. 보는 내내 윤현민은 정신을 잃었다. 이전까지 노래나 연기를 배워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윤현민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무대’라는 강한 확신을 느꼈다. 다음 날 윤현민은 그의 전부였던 11년 야구 인생을 때려 치고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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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은 계속됐다. 그럭저럭 소속사에 들어간 윤현민은 ‘볼수록 애교만점’ ‘야차’ 등 여러 TV 드라마에서 비중 낮은 조연으로 얼굴과 이름을 조금씩 알리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2010년,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주연 배우 공개 오디션 광고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마음 속이 ‘쿵쾅쿵쾅’했다. 묘한 승부욕도 생겼다. 결국 회사에는 비밀로 하고 ‘김종욱 찾기’ 오디션에 응모한 윤현민은 700 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타이틀 롤로 선발되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

윤현민과 뮤지컬과의 인연은 이게 끝이 아니다. 성공적으로 ‘김종욱 찾기’를 끝낸 윤현민은 지난 6월 3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중인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시즌 2의 주연 멜키어 역할을 따냈다. 2009년 초연 때 국내 뮤지컬 계의 스타인 김무열이 했던 바로 그 역이다. 이번에도 윤현민은 1000명이 넘는 경쟁자들이 몰려 7차까지 진행된 오디션에서 살아남았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19세기 엄격한 청교도 의식이 지배하던 독일을 배경으로 10대의 일탈, 꿈과 사랑을 그리는 작품으로, 소프트한 ‘김종욱 찾기’에 비해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난이도가 높은 노래와 연기, 안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윤현민은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이미 야구를 그만 둘 때 ‘이러다 죽을 것 같은’ 좌절감을 충분히 맛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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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도 춤도, 연기도 부족하다는 것을 그는 너무 잘 안다. 윤현민은 뮤지컬 계의 베테랑 연출 감독인 김민정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위탁했다. 음정 하나, 동선 하나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따라갔다. 처음에는 입에 잘 안 붙던 대사와 노래가 슬슬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시대도, 성격도, 나이도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점차 자신과 멜키어를 동일시하게 됐다. ‘19금’ 노출 연기도 전혀 거리낄 게 없다.
주말 4회 포함, 매 주 8회의 공연을 혼자 뛰느라 약의 힘에 의존해야 할 만큼 파김치 신세지만, 윤현민은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 힘들 때마다 그는 자신의 멘토인 최민식과 공형진을 떠올린다. 윤현민은 최민식의 공고하고 단단한 연기와 영화, 라디오 DJ, 칼럼니스트 등 여러 분야를 오가는 공형진의 욕심이 부럽다. 윤현민도 그들의 뒤를 따른다. 얼마 전 김주혁, 김선아와 함께 출연한 영화 ‘투혼’의 촬영을 끝낸 윤현민은 TV와 뮤지컬을 넘어 스크린으로의 화려한 데뷔도 앞두고 있다. ‘행운의 반전’ 일까? 배우 윤현민의 운은 당분간 계속된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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