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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기름값 할인 45일··현장반응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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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IMF보다 힘들어" vs 소비자 "100원 할인 실감 못해"

기름값 할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한 주유소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기름값 할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한 주유소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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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오는 7월이면 20년동안 해오던 주유소 운영을 접고 임대 내줄 생각이에요. IMF 위기도 겪어봤지만 요즘처럼 살기 힘든 적은 없었어요."

22일 광진구에서 20년째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서현돈 사장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몇해 전 일일 판매량이 1200드럼(1드럼 =200 리터(ℓ))에 이를 정도로 서울시내 단일주유소 중 최다판매량을 자랑했던 이 주유소는 최근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박리다매'식 판매로 명성을 이어왔지만,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기존 판매방식으로는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서 사장은 "카드사 수수료, 인건비, 운영비를 감안하면 적자나 다름없다"며 "7월이면 임대를 내줄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공교롭게도 7월은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하 정책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근거리에 있는 주유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무폴주유소(특정 브랜드를 달지 않은 주유소)인 이 곳은 지난달 정유4사가 기름값 인하를 단행하면서 특히 고전했다. 정유사들이 "손해를 감수한 상황에서 무폴 주유소에까지 내린 가격에 기름을 대주기 곤란하다"며 기름 공급을 꺼려한 것이다. 박용남 사장은 "광진구 일대는 통행량이 많아 1km 근방에만 주유소가 5~6개일 정도로 가격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라며 "폴을 단 주유소가 리터당 100원씩 할인하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100원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인 국회 앞 SK경일주유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풍성한 사은품, 세차서비스 등 탁월한 마케팅으로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던 이 주유소는 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모상훈 대표는 "이달 들어 많이 힘들다"며 "45일 후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이어질 고객들의 항의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7일 정유4사가 기름값 인하를 전격 실시한 이후 45일(한달 반)이 지난 지금 일선 주유소들은 시름하고 있다. 기름값 인상의 주범으로 내몰려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지만 주유소의 휘발유 유통마진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 6일이면 3개월간 시행되던 정유4사의 가격 인하 조치도 종료된다.

주유소협회 정상필 이사는 "최근 급속도로 경영상태가 악화되자 운영하던 주유소를 매매하거나 임차로 전환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전국에 1만3000개에 달할 정도로 폭증하던 주유소 수도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압박에 떠밀려 정유4사가 리터당 100원 할인이라는 파격 조치를 취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가격인하를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은 정유사 약속과 달리 실제 석유가격은 70원 가량만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근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온 김수철(40세) 씨는 "이전에는 한번 주유할 때 가득 채웠지만, 지금은 가격이 너무 비싸 2~3만원 가량만 채운다"며 "100원 인하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가격인하 정책이 시행된지 한달 반이 지났지만, 국제유가가 오른 틈을 타 정유사가 주유소 공급가를 인상하자 인하효과가 상쇄돼 버린 것이다. 가격 인하 조치가 강제성이 없다 보니 가격은 찔끔 내리고 생색만내는 일부 주유소의 모럴 해저드도 소비자 불만을 사고 있다.

주유소 한켠에서 오케이캐쉬백 포인트 적립을 문의하던 정수영(43세)씨는 "기름값이 부담스러워 번거롭지만 조금이라도 더 할인받기 위해 할인카드 등을 이용하고 있다"며 "가격인하 조치는 환영할 일이지만, 좀더 피부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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