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이란 게 무엇인가. 작은 규모로 여기저기 찔끔찔끔 진행되던 재개발 구역을 한데 모아 도시 안의 도시로 만들자는 것이다. 보다 광역적인 재개발을 추진하면 공원, 학교, 도로 등 기반시설을 더 충실하게 만들 수 있고 이것이 주민에게 더 이롭지 않겠느냐는 발상이 뉴타운의 출발점이었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근시안적으로 진행되던 게릴라식 개발을 보다 체계적인 계획으로 묶어서 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었다. 주민 입장에서도 광역적 재개발이 좀 더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커다란 공원과 넓은 도로가 깔린 동네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처럼 표 잡기 쉬운 방법이 있었을까. 뉴타운을 지정할 필요가 그다지 없는 멀쩡한 동네들이 뉴타운으로 지정되었다. 그래도 다들 좋아했다. 정치인은 당선되어 좋고, 주민은 환상을 이어갈 수 있어 좋았다. 이렇듯 서울시에서 시발한 일은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고, 인구가 줄어드는 곳이건 투자자가 있기 어려운 곳이건 상관하지 않았다. 사업성보다는 정치논리에 따라 표심잡기의 일환으로 뉴타운 지정이 그야말로 광역적으로 퍼져나갔다. 뉴타운 지정이 필요 이상으로 많고, 동시 추진은 불가능하다는 계획의 논리는 쉽게 묻혀버렸다.
현재 여의도 면적의 90배에 가까운 면적이 전국에 뉴타운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정치가 아니고선 해낼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주민들은 냉정하다. 개발이익이 조금이라도 기대치에 못 미치면 뉴타운 추진은 중단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을 위해 뭔가 내놓으려 할지 모른다. 그러면 일만 더 꼬인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해보자.
뉴타운에서 정치를 빼고 다시 생각해보자. 꼭 뉴타운이 필요한 곳은 지방정부가 재원을 지원해서라도 재생시키고, 덜 필요한 곳은 시간을 갖고서 추진해가자. 주민과 지자체가 좀 더 생각을 다듬을 때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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