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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현대캐피탈의 위기탈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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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는 업종은 다르지만 한 사람의 최고경영자(CEO), 즉 정태영 사장이 경영하는 하나의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 금융업계뿐 아니라 국내 기업계에서 '창의적 경영' '디자인 경영'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정 사장은 디자인 경영을 통해 현대카드를 '적자에 허덕이는 미운 오리새끼'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멋진 백조'로 탈바꿈시켰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의 고객이면서 동시에 경영학자로서 이 회사의 경영방식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현대캐피탈 해킹 사태를 바라보면서 이 회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유보키로 했다. 아직은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정 사장과 현대캐피탈이 이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솔류션을 제시하며, 어떤 태도를 가지고 해결해 나갈지에 대해 충분히 지켜본 다음 내 입장을 정할 생각이다.

해커들에게 금융기관은 도전의 대상이며 먹잇감이다. 해커들은 침입하기 어려운 전산망일수록, 해킹의 피해가 막대할수록 더 큰 유혹을 느낀다고 한다. 자신들의 능력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센터에 따르면 하루 평균 8만여건의 금융기관 해킹 시도가 일어난다. 금융기관에 대한 해킹 시도는 급하게 증가하는 추세여서 올해에만 300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해킹 수법도 더욱 다양해지고 첨단기술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대응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해킹 수법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뱅킹의 활용'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인터넷뱅킹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인터넷뱅킹이 안전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인터넷쇼핑과 마찬가지로 은행거래를 인터넷으로 한다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과 저렴한 수수료 등에 힘입어 인터넷뱅킹은 빠르게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뱅킹 사용자는 2010년 기준 6100만명(중복 포함)에 이르고, 2010년 1∼3분기 인터넷뱅킹 거래금액은 1경1712조7610억원이다. 전체 은행거래 금액 중 29.0%에 해당한다.

해커들의 공격이 첨단 기술과 정교성을 갖추고 집요하게 이루어지는데도 그에 대응하는 금융기관이나 인터넷 업체의 보안대비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현대캐피탈 해킹의 경우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암호화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실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해킹을 당하고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알고 난 이후에도 해킹 경로 및 상황을 파악하는 데 미숙함을 보였다. '뛰는 금융기관 보안팀' 위에 '나는 해커'가 있다느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느니 하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현대캐피탈은 광고에서 클릭 한 번으로 대출이 쉽게 이루어진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고객의 편의를 최대한 개선했다는 뜻이겠지만 보안체계가 뚫리고 난 후에 보니 오히려 걱정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보안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채 홍보, 마케팅 등에만 치중한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 사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는 점이다. 정 사장은 해커들과 협상하지 않고 수치스럽지만 있는 그대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밝힐 것은 밝히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위기는 또 다른 모습의 기회다. 진정성을 가지고 잘못을 뉘우치면서 최선을 다해 책임지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일 때 고객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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