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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지진] 일본인들의 실종자 찾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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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일본대지진] 일본인들의 실종자 찾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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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지진해일(쓰나미)보다 무서운 것이 있었다. 방사능 노출도 아니다. 헤어진 가족을 찾지 못해 폐허로 변해 버린 집터를 방황하는 사람들의 '절망감'이 그것이다.

일본 미야기 현을 포함해 지진 피해 지역은 행방불명된 10만명 가까운 사람들의 가족들이 쏟아내는 통곡과 벽서들로 가득하다. 흡사 1980년대 한국을 휩쓴 '남북 이산가족 찾기' 캠페인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쓰나미 피해 지역은 유ㆍ무선 전화는 물론 인터넷 사용도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라 이런 혼란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그나마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각 피해 지역에 마련된 대피소의 게시판에 실종된 가족의 이름을 적고 가족과 친지들이 이를 확인하고 찾아오기를 애타게 기원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이산가족 찾기'가 주로 진행되고 있는 곳은 이번 대지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 현의 센다이, 미나미산리쿠, 게센누마, 나토리와 이와테 현의 리쿠젠타카 등이다. 각 지역에 위치한 대피소들의 벽면은 생존자들이 붙여놓은 가족과 친지를 찾는 호소문으로 뒤덮여 빈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센다이 소재 미야기 현청을 비롯하여 나토리 시청, 실내 체육관 등 미야기 현의 모든 대피소에서 생존자들은 난리 통에 헤어진 가족의 인적 사항과 연락처를 적어 게시하는 등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행방불명자 대부분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은 가족과 친지를 찾아 여러 대피소들을 순회하기도 한다. 벽보를 보다가 운 좋게 가족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소식도 접하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고 쓸쓸히 돌아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토리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시이 마사카츠(57) 씨는 11일 행방불명 된 손녀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 나토리에 설치된 모든 대피소의 벽보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지만 아직은 헛수고다. 한 달 전 손녀와의 만남이 마지막 기억으로 남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시이 씨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미야기 현의 생존자들이 전하는 가슴 절절한 사연은 이 뿐만이 아니다. 수마에 남편과 아들을 잃은 한 여인은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오열을 감추지 못한다. 그녀는 "살아있기만이라도, 두 명 모두 살아오기만 하면 정말 좋겠어요" 라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11일 미야기 현을 덮친 쓰나미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은 미야기 현의 한 남성은 "아내와 아들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라며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에 말을 잇지 못했다.
센다이의 지역 라디오 방송국인 '센다이 FM'은 연락이 끊긴 가족이나 친지의 명단을 받아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쉼없이 진행하고 있다. 방송국의 한 프로듀서는 "접수 시작과 동시에 100명 이상이 신청했다"며 행방불명자들에 대한 애틋한 사연과 미야기 현의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알리는 방송이 전파를 타면서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일본인들의 애끓는 이산가족 찾기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포탈사이트 구글 재팬이 11일 개설한 일본 대지진 실종자 검색 사이트(japan.person-finder.appspot.com)에는 16일 오전 9시30분 현재 196,600건이 넘는 실종자 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또한 트윗과 페이스북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가족을 찾으려는 생존자들의 애타는 마음이 담긴 글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 글은 사용자들에 의해 다수가 리트윗(재전송)되고 있으며, 활발하게 댓글도 올라와 일본 국민들의 행방불명자 찾기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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