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심사에서 현대엘리베이터 탈락...전경련 입김 작용
'토종 대 외산' 싸움이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외산 업체간 경쟁이 펼쳐지는 데 대해 발주처인 전경련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전경련 회관은 재계의 아이콘이자 랜드마크라는 상징성 때문에 엘리베이터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엘리베이터와 매출 1위인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를 비롯해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등 대형 업체들이 일제히 출사표를 던졌다.
당초 업계는 현대엘리베이터와 오티스간 2강 구도를 예상했지만 예비 심사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탈락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예비 심사는 오티스, 미쓰비시, 티센크루프 3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과 쌍용건설 , STX건설 컨소시엄은 이들 세 업체를 대상으로 이달 중 입찰을 실시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측은 "분속 1080m 제품을 테스트타워에 설치해 해외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등 기술력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며 "외국계 기업들은 자국 공공기관 등의 지원을 받아 첫 실적을 내고 해외 진출에 나서는 만큼 전경련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예비 심사 탈락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탈락에는 전경련의 입김이 크게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 참여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아야 경쟁에 따른 입찰가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며 "시공사는 5개 정도를 입찰에 참여시키려 했지만 전경련이 3개 업체로 압축할 것을 요구해 현대엘리베이터가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엘리베이터가 빌딩 소유자의 '관심사'라는 점에서 전경련 고위층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측은 "모든 결정은 시공사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면서 "전경련이 한국 기업을 대표하기 때문에 국산 엘리베이터를 써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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