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대응 실패로 공무원들까지 울상, ‘생매장’ 방역대책 비난
“살처분을 끝낸 뒤 온몸을 깨끗이 씻어도 돼지냄새가 사라지질 않네요. 돼지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환청에 식욕부진, 수면장애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공통된 증세입니다.”
정부의 초기진압 실패로 피해를 입은 것은 축산농가만이 아니다. 현재 방역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6000여명의 공무원들도 과로와 부상 심지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앓고 있다.
중대본은 매몰처리후 이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는 공무원들에 대해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리를 비우기란 쉽지 않다. 매몰이 100% 완료된 지역에 대해 주어지는 5일 내외의 공가도 미실시된 지역이 대부분이다. 살처분 대상이 급격히 늘고 있음에도 추가 인력이 없는 탓이다.
일부 가축에 대해 ‘생매장 살처분’을 선택한 정부의 방역대책도 비난받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등에서 ‘동물을 생매장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행 ‘동물보호법’과 ‘가축전염병예방법’ 그리고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소와 돼지의 경우 약물, 가스 등을 이용해 안락사 후 매몰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장비시설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 가축에 대한 생매장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매장 처분으로 인해 농가 주인들은 물론 현장 공무원들도 정신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처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0년 경기 포천, 충남 홍성, 충북 충주 등 6개 시·군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수는 총 2216마리에 불과했다. 당시 정부는 발생농가 주변만 살처분하고 발생 3일부터 10km이내 지역에서 우제류 동물들에게 예방 백신접종을 실시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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