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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 과학에 '열린 자세'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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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새로운 갈등의 한 요인으로 부각되는 요즈음이다. 광우병 사태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논란에서 분명하게 확인되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양측이 모두 '과학'을 앞세워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 시키려고 애썼지만 상대를 명쾌하게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열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져 버렸다.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과학이라는 낯선 장벽이 우리 사회의 소통과 화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과학은 객관성, 보편성, 합리성을 근거로 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보더라도 과학적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교한 경험적 관찰과 논리 체계가 과학의 그런 특성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과 달리 과학이 누구에게나 막강한 설득력을 갖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입장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주장은 결코 과학적이라 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과학적 증거가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정확한 이유를 밝혀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우리의 철저하게 '닫힌' 사고방식이 도사리고 있다. 혈연ㆍ지연ㆍ학연으로 똘똘 뭉치고, 이념적 소신과 종교적 신념으로 중무장한 사람에게는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과학은 새로운 경험적 관찰과 논리 체계에 대한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과학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없으면 우리에게 소통과 화합은 영원히 꿈으로 남게 될 것이고,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선진민주사회로의 도약도 불가능하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논란이 되는 이슈에서 과학적 증거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위험하다. 과학이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 문제를 과학만으로 해결할 수는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현대사회의 이슈는 대부분 지극히 복합적인 양상을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과학적 증거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학자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 제시되는 과학적 증거에도 물론 문제가 있다. 과학자가 과학적 언어를 사용해서 제시하는 주장이라고 모두 과학적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상대방의 '과학적' 주장에 흠집을 내기 위해 나선 정치적 과학자의 일방적이고 감정적이고 단편적인 주장은 상대를 현혹시키기 위한 유사(類似) 과학적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높은 수준의 전문적 표현을 동원한 주장이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는 신중하게 준비된 완벽한 것이어야만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책임이 정부에 돌아간다. 정부가 높은 수준의 통찰력을 가진 진짜 과학자들에게 확실한 정치적 중립과 자료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 줘야만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 과학적 증거를 찾아낼 수 있는 법이다. 정치적으로 오염되거나, 학문적 권위만 앞세우면서 초보적인 반론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과학적 증거라는 타이틀을 붙여서는 안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지금까지 접한 대부분의 과학적 증거는 그런 수준을 맴도는 정도였다.

과학계도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정치적 소신과 과학적 주장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 줘야 한다. 물론 과학자의 정치활동이나 사회 활동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과학기술시대의 과학자들에게는 그 같은 역동적 활동이 더욱 요구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과학자의 정치ㆍ사회 활동이 과학의 의미와 가치를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과학은 인류 공동의 가장 소중한 지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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