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2를 발표한 이후 미국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달 22~23일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박이 대세였지만 지금은 미국 편에 서있는 국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오랜 우방인 유럽조차 QE2에 대한 공격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QE2를 바보같은 정책이라고 맹비난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미국 금융정책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며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하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자기네들 역시 달러화 가치를 낮춘다면,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크리스틴 리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도 “QE2는 필연적으로 유로화 가치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G20 서울 회의에서 중요 안건으로 주목을 받았던 ‘경상수지 목표제’의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경주합의에서 G20 회원국들은 ‘경상수지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미·중 역시 이에 대한 합의의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 등 대형은행들도 “QE2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분산되며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이 화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인상 깊은 합의도 말로만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해 한발 물러서고 있는 모습이다. 가이트너 장관은 APEC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후 “(현재 상황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 수치는 바람직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며 “서울 합의에서 정확한 수치가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에 대한 합의를 경주회의에서 이뤘고 서울에서 정상들과 만나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합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비췄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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