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처리됐던 국군출신 4명 감격의 상봉

[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 나온 북측 상봉신청자 중에는 국군 출신이 4명이나 포함돼 있어 상봉의 감격을 더했다.

이들은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자로 처리된 전몰 국군들이었지만 이번 상봉 행사를 앞두고 극적으로 생존 사실이 확인됐다.

북측 상봉신청자 가운데 최고령이기도 한 리종렬(90)씨는 전쟁으로 입대하면서 생후 100일의 갓난아기 때 헤어진 아들 민관(61)씨를 만났다. 민관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믿고 있었다가 북측에 있는 리씨가 상봉을 신청해 부친을 만나게 됐다.

10여분 동안 눈물을 쏟아내며 말을 잇지 못하던 리씨는 "민관아, 지난 60년간 하루도 너를 잊지 않았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날 상봉장소에는 리종렬씨가 북한에서 재혼해 얻은 아들 명국(55)씨도 함께 나왔다.

면사무소 사환으로 일하다 전쟁이 터져 국군에 자원입대했다는 방영원(81)씨도 형수 이이순(88)씨를 만나 돌아가신 어머니와 형의 소식을 듣고 애통해했다.

윤태영(79)씨는 6.25전쟁이 한창 때 스무살의 나이로 군대에 갔다가 전사자로 통보됐었다. 자신을 보러 온 남측 동생 4명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얼굴을 확인하다가 막내가 세상을 떠난 사실을 알게되자 매우 슬퍼했다.

전사 통보를 받은 동생들은 윤씨의 사망 날짜를 정확히 몰라 9월9일을 기일로 정해 형의 제사를 지내 왔었다.

리원직(77)씨는 남측의 누나 운조(83)씨와 동생 원술(72)·원학·원탁씨로부터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는 얘기에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경북 선산이 고향인 리씨는 6.25전쟁 때 청도로 피난을 갔다가 그곳에서 국군에 징집된 후 소식이 끊겼었다.

한편 이들 국군 출신 4명은 국방부 병적기록부에는 올라 있지만 우리 당국이 북한에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했던 국군포로 500여명의 명단에는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소정 기자 moon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