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과 관련, 서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던 미국과 중국은 한발씩 양보하며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달 달러-위안 환율을 월 최대폭인 1.7% 절하했고 19일에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위안화의 추가 절상을 용인했다.
21일 중국 인민은행의 달러-위안 고시환율은 역대 최저치인 6.6495위안으로 지난달 말 6.6912위안에 비해 약 0.63% 절하됐다.
이와 같은 화해 분위기로 인해 양국은 위안화의 소폭 절상선에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 제조업체의 마진율이 3~5% 선인 것을 고려할 때 큰 폭의 절상은 불가능하기 때문. 위안화는 지난 6월 환율 유연성 확대 선언 이후 달러대비 2.7% 가량 절상됐다.
펠리페 라라인 칠레 재무장관 역시 “달러-위안환율이 매우 작은 폭에서 조정된다면 달러가 중국 외 지역에서 절하됨에 따라 신흥국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약달러 정책에 대한 불만은 이미 최고조에 도달했다. 미국의 완화정책으로 유발된 과잉 달러가 신흥국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자산버블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 신흥국들은 위안화 저평가로 인한 수출 경쟁력 상실보다 약달러로 인한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 유입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라라인 장관은 “신흥국들은 미국의 새로운 양적완화 조치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추가 양적완화가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기대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 ‘미국의 양적완화 필요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캔터 피츠제랄드의 유위 파파트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재무장관들은 G20 회의에서 미국에 약달러 기조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항의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면서 “신흥국들은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쪽으로 치우친 통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G20에서 플라자 합의를 기대할 수는 없다”면서 “미국이 고삐 풀린 달러로 인한 부작용을 인지하고 해결할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美·日·EU “신흥국, 통화절상해라” = 더 큰 문제는 불똥이 신흥국으로 튀고 있다는 점. 미국, 일본, 유럽엽합(EU)은 위안화 절상을 주장할 때마다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신흥국들의 통화 역시 절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위안화 절상이 신흥국들의 통화 절상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고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신흥국들이 정책을 결정할 때 자국 경제를 넘어 전 세계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며 중국과 신흥국을 비난했다.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도 이와 유사한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신흥국들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자본규제의 칼을 빼들고 있는 것.
태국 정부는 얼마 전 외국인 국내 채권 투자시 15%의 원천징수세를 부과했다. 한국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도 이미 지난해부터 해외 핫머니 유입을 막기 위한 자본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브라질은 초강수를 두고 있다. 18일 브라질은 외국인 금융거래세를 6%로 인상한다고 발표하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국제 공조보다 자국 환율 방어에 주력하겠다는 것. 이번 회의에는 기두 만테가 재무장관 대신 마르코스 갈바오 재무차관이 참여한다.
이와 관련 라라인 재무장관은 “세계 경제가 환시개입 및 자본 규제의 악순환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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