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 간 줄다리기의 초점은 경제력에 비해 저평가된 위안화에 있다. 2005년 이래 중국의 명목환율이 20% 이상 절상됐으나 물가변동을 반영한 실효환율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올 6월 관리변동 환율제 복귀 선언 이후에도 위안화 절상 폭은 2% 미만에 그쳐 대중 무역 적자가 갈수록 커지는 미국을 만족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외형상으로는 통화분쟁이지만 그 이면에는 높아진 중국의 국제적인 위상에 대한 견제심리 등 미묘한 정치적 요인도 얽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와 군사협력 강화, 반체제 인사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한 인권논란 등 최근 양국 간 빚어진 일련의 마찰이 이를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이번 환율공방전도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과 결합되면서 한층 증폭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중국도 과거에 이룬 경제성장에 위안화 덕이 컸던 만큼 위안화 절상을 가속시킬 필요가 있다. 사실 중국 내부에서 위안화 절상 필요성에 대해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얼마 전 폐막한 17기 5중전회에서 부각된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 전환, 그리고 '국부(國富)'에서 '민부(民富)'로의 소득분배구조 개선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위안화 절상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경제상황과 수출기업의 수용력을 감안해 자율적인 절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절상의 속도다.
이번 금리인상은 대외압력 속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중국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금리인상은 인플레이션과 국내 유동성 억제를 위한 목적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위안화도 자연스레 소폭 절상되도록 하는 효과가 있어 일석이조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압력에 떠밀려 위안화를 무리하게 대폭 절상하는 것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러한 우회책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환율전쟁이 파국으로 전개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의 협심(協心)과 양보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주장이나 자국 이익만을 앞세운 버티기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각국이 수용할 만한 합의점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썬쟈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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