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와대 사람들의 인사법이 정권 초기와는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 정권 초기에는 "잘 부탁합니다"며 머리를 숙이는 것이 대세였다. 정권을 막 잡아 아직 권력의 맛을 잘 모르고 업무에도 익숙하지 않으니 당연히 어느 정도 겸손할 필요가 있었으리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청와대 사람들의 인사법은 다소 고압적으로 "이렇게 해 주세요"로 바뀌었다. 권력의 정점에서 생활을 해보니 '밖에 것들(?)'이 하찮아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평생을 바쳐 일가를 이룬 전문가들 앞에서까지 알량한 권력을 등에 업고 그야말로 '번데기 주름잡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3 "차관(次官)은 시켜줘도 안 한다." 일전에 만난 지인은 청와대에 근무하는 고위 비서관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며 속된 말로 '주제 파악'을 너무 못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런저런 직장에 다니다가 대선전이 본격 시작되자 때려치고 말 그대로 '줄을 기가 막히게 잘 서서' 청와대까지 흘러들어와 권력의 단맛을 만끽하고 있는데 일거리만 많은 차관자린 좀…차관 자리란 게 그 어렵다는 행정고시를 합격하고도 20년 넘게 한 우물을 파도 될까 말까 한데 이제 2년 좀 넘게 청와대 생활을 하고는 '차관 자리 운운'하며 노는 꼴이 가증스럽다.
물론 청와대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행동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느 곳이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있듯이 청와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라는 곳이 국정의 정점으로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 국가의 상징성 등을 모두 담아야 한다고 보면 단 한 마리의 미꾸라지라도 일반 조직의 미꾸라지 수백, 수천마리보다 훨씬 더 탁류(濁流)를 만든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청와대 미꾸라지 한 마리는 국가 전체를 오염시킬 수도 있다.
이런 청와대를 보면서 다른 곳의 미꾸라지들도 준동(蠢動)하기 시작한다. 때로는 청와대에 있는 세력을 등에 업고, 때로는 다른 세력과 결탁해, 또한 때로는 독자적으로… . 그렇게 대통령의 레임덕은 스멀스멀 청와대로 기어들어 온다.
정권마다 이런 일을 반복하는 청와대를 보는 국민의 착잡한 마음을 청와대는 언제쯤 헤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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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 편집제작담당 전무이사 c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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