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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오락 한판에 50→100원 오르자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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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90 게임시대를 풍미한 아케이드 산업. 과거의 추억 속으로 ②

당시 게임 한판은 50원이었는데 어느 날 오락실 주인들의 단합아래 100원으로 무려 2배가 인상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 종류의 동전만을 인식하던 오락기의 구조적 문제가 불러온 대폭등이지만 사실 이때 일본 현지에 비해 국내 게임비용이 매우 저렴한 편이었다. 아무튼 게임업계 사상 최초로 불매가 일어나고 오락실의 손님들은 사람 대신 파리들로 대체된다. 결국 오락실 주인들이 항복을 선언하고 부랴부랴 50원으로 다시 인하했던 해프닝도 있었다.

현재 게임강국인 한국의 원동력은 저렴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상당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PC게임, 비디오게임도 복제품이 범람하고 현재에도 저렴한 인터넷비용으로 온라인게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어찌 보면 역사의 씁쓸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이는 한국의 게임 인프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안타깝지만 당시 한국은 저작권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고 외국에서도 작디작은 한국땅에 별 관심이 없었다.
더불어 정부는 일본의 선진 엔터테인먼트 문화가 수입될 경우 문화적 지배를 당할까 두려워 강경한 폐쇄정책을 펴던 때였다. 그야말로 무법천지. 게임은 물론 만화, 서적, TV프로그램, 음악까지 라이센스 없이 마구잡이로 베끼고 퍼오던 시기였다.

스트리트파이터2(캡콤, 1991~) 시리즈 등장인물.

스트리트파이터2(캡콤, 1991~) 시리즈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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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곧이어 게임업계의 판도를 뒤집고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대사건이 터졌다. 캡콤의 스트리트파이터2가 오락실의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곧이어 아랑전설, 용호의권, 사무라이쇼다운, 킹오브파이터 등 비슷한 시스템의 게임이 양산되며 일반적으로 대전액션, 대전격투, 격투게임으로 불리는 게임장르도 확립되었다. 으레 변화없는 컴퓨터와의 싸움만을 하던 사람들은 사람간의 교묘한 심리전과 전략을 겨룰 수 있는 치열한 격투전에 빠져들고 만다.

스트리트파이터2가 대박을 친 뒤에 오락실주인은 은근슬쩍 다시 요금을 인상하는데 거부할 수 없는 재미에 힘입어 요금인상은 그대로 관철된다. 오락실 주인들이 돈맛을 제대로 본 시대이기도 했다. 대전게임의 경우 길어도 5분 안에 100원이 재투입되기 때문이다. 당시 오락실 주인들은 캡콤에게 감사의 눈물을 흘렸을 지도 모르겠다.
버추어 파이터(세가, 1993).

버추어 파이터(세가,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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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서는 확실히 어른들의 우려처럼 좋지 않은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심심할까봐 '삥'을 뜯어주시는 불량형님들도 계시고 오락실에서 주먹단련을 위해 게임이 안 풀릴 때 받침대를 힘껏 내려치는 것이 유행이었다. 소리가 클수록 “나 이만큼 화났어”를 의미하는데 지금껏 부서지는 장면은 한 번도 본적이 없으니 참 튼튼하게 잘 만들긴 했다. 또한 대전게임시 패배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상대방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장면이나, 전원을 끄고 가버리는 사람들까지 별별 진상들이 목격되었다. 이런 것도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현피'일까. 그래도 이때는 수위가 높지 않아 큰 사건으로 번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최근에는 게임 때문에 친구와 부모를 죽이고, 게임에 정신을 팔려 자식을 죽이는 일까지 발생하니 씁쓸한 따름이다.

이후 기술진보로 인한 오락실의 3D혁명이 일어난다. 3D게임의 선두주자는 단연 세가와 남코였다. 폴리곤을 이용한 3D CG를 활용, 리얼함을 보여준 버추어레이싱을 필두로 3D대전격투의 양대산맥, 버추어파이터와 철권이 탄생하여 게임의 수준이 한층 향상된다.

골드스타(꽃놀이, 제작사 미상).

골드스타(꽃놀이, 제작사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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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의 기술적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것은 아니지만 빠트려서는 안될 추억의 게임들도 있다. 지금의 한게임, 넷마블 등 게임포탈의 고스톱이 부럽지 않았던 꽃놀이가 그중 하나인데 기술발전과 무관하게 묵묵히 자리를 버티며 아케이드 테이블게임 중 꾸준하게 롱런했다. 무엇보다도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씨가 작명센스에 그대로 엿보이니 혹여나 북한에 스카웃 당한 건 아닌지 걱정된다. 또한 여성유저들을 오락실로 이끌었던 히트작 테트리스나 청춘들의 의욕을 불살랐던 지폈던 땅따먹기도 지나칠 수 없는 틈새 롱런 게임들이다.

허나 대전격투게임의 대성공으로 간간히 터지는 몇몇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전액션 게임으로 분위기가 너무 집중되는 현상이 문제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던전앤드래곤 같은 훌륭한 게임들도 등장했으나 어디까지나 틈새시장에 불과했다.

어릴 적 오락실에서는 1기기 당 하나의 게임만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잘나가는 게임의 경우 대기하는 사람이나 게임을 구경하는 이른바 갤러리들이 존재했다. 쇼맨십이 강한 사람은 괜스레 쓰잘머리도 없는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거나, 바쁜 척 구경꾼에게 자리를 넘겨주며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갤러리 문화는 아케이드 게임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고 나름의 재미요소였지만 지금의 PC방에서는 구경꾼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케이드게임에서는 타인의 플레이를 통해 게임방법을 배우거나 자신이 갈 수 없는 스테이지를 구경할 수 있었다. 허나 현재는 각종 커뮤니티나 웹진, 스크린샷, 동영상을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에 굳이 다른 사람의 화면에 몰려들 필요성은 없어졌다. 아쉽게도 시장의 판도변화로 인해 재미가 하나 사라진 셈이다.

펌피럽(안다미로, 2000~).

펌피럽(안다미로,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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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가 대박난 시점 주춤하던 아케이드 시장에 체감형 음악게임 이지2DJ, DDR과 펌프잇업, 드럼매니아 등이 난입해 새로운 유행을 이끌어 갔다. 특히 펌프잇업은 펌프방이 따로 설치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후 온라인게임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청소년용 아케이드 산업은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걸어 현재 웬만한 동네에서는 오락실 구경조차 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그때가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 남코의 제2개발본부 카와무라 준이치 부장과 단독인터뷰를 했을 때 필자가 비디오게임의 쇠퇴에 대해 아쉬워하자 그는 게임이란 항시 변화하는 존재로써 기존 한 영역이 쇠퇴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발전되어 갈 것이라 답했다. 당시 필자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카와무라 부장의 답변이 약간 실망스러웠으나 지금은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다. 게임이란 어떤 틀에 가둬버리기엔 너무나 그 영역이 넓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변화해온 게임 역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추억만으로 오락실을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는 게임이 겪는 일종의 과정으로 차후 게임의 영역이 어떤 형태로 변화되는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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