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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라면 마케터, 라면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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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들, 라면 참 좋아한다. 덕택에 라면을 각별히 좋아하는 나도 ‘라면 마케터’라는 직업과 ‘라면천국’이란 동호회를 운영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1960년대에 라면은 처음 소개됐다. 대다수의 국민이 허기진 시절, 라면은 국가의 혼·분식 장려정책과 맞물려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지금 50대 중반 이상의 분들에게 라면은 가난극복의 역사와 함께한 ‘同志’다.
40여년 이라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시간동안 우리의 식문화도 참 많이 바뀌었다. 지금 와서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는 것은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맥도날드 햄버거가 압구정동에 1호점을 차렸다는 뉴스인데, 외국 경험이 거의 없던 국민들에게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으로 떠오른다.

서양식 패스트푸드의 상징인 맥도날드를 필두로 패밀리 레스토랑이 확산되고, 그 여파로 쌀이 남아도는 요즘의 현실로 이어지기 까지 대한민국 식문화도 천양지차(天壤之差)의 변화를 이어왔다.

이런 변화와 함께 라면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담론들이 생겨왔다. 웰빙 추세와 함께 대표적인 저 영양제품으로 지목을 받는데 이어, 일정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학교 매점에서는 팔 수 없는 제품으로 지정되기까지, 초창기‘同志’격에 비하면 그 위상이 많이 꺾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해 라면시장은 1조 8500억원 규모로 형성되었다. 모든 국민이 일주일에 하나 이상씩은 먹은 셈이다. 好-不好의 공존이다.

이는 초창기 ‘同志’의 개념을 넘어선 또 다른 소통의 매개체인 ‘추억’ 혹은 ‘기억’ 덕택이 아닐까 싶다. 50~60대에게는 온가족의 끼니를 해결하던 가족의 느낌으로, 30~40대에게는 최루탄 냄새 흩날리던 거리를 피해 들어간 분식집의 단상으로, 10~20대에게는 야외에서 친구와의 우정을 나누던 그리고 군부대에서 만들어먹던 ‘뽀글이’의 즐거움으로 남아있으리라.

‘추억’은 생명력이 강하다. 길게는 60년대 초반, 짧게는 80년대에 발매된 제품들이 라면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군을 형성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추억’도 늙어간다. 라면을 사먹는 고객들이 늙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라면은 好-不好의 공존을 넘어 다음 시대에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국가 위상의 격상과 상관없이 한 끼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렴한 가격에 간식으로 즐기려는 사람들까지, 이들의 다양한 소리에 맞춰 다양한 제품 출시와 개선을 통해 고객을 껴안아야 한다. 더불어 비판은 감사하게 듣고 지금까지의 한계를 여러 방향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둘째로 소통 채널의 다변화시대에 걸맞게 라면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이 가미된 ‘착한 소비’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 회사는 작년 한해 ‘왕뚜껑 사랑의 홈런존’ 활동을 통해 홈런이 터질 때마다 적립된 라면으로 함께하는 이웃돕기의 즐거움을 나누었다. 이 활동은 2010년에도 이어나갈 계획인데 업계에서도 고객들을 사회공헌 활동에 보다 재미있게 참여시키고자 노력한다면 국민들의 라면사랑은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백번을 강조해도 모자란 제품 안전성의 확보다. 산업발전과 함께 식품공정도 눈부신 성장을 해왔지만 한 치의 오차가 업계 전체에 불신을 몰고 올 수 있는 안전성의 문제는 양보의 여지가 없다.

가난과 허기를 달래기 위해 들여왔던 대한민국 라면이 지금은 원조국(元祖國)격인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짧은 시간에 만들어낸 대단한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라면이 아직 라면을 모르는 나라로 간다면 우리의 식문화를 전하는 셈이 된다. 내부적으로 안전성이라는 기본기를 더욱 탄탄히 하고 대한민국 특유의 화끈한 저력과 맛이 더해진다면 세계 구석구석으로 우리의 라면 문화가 퍼져 들어갈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다음 기고에서는 우리나라 라면사에 한 획을 그은 제품과 시대를 앞서나가 안타깝게 실패한 제품들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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