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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소울메이트(Soul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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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실내에 사람만 좀 모인다 싶으면 줄을 세워서 귓구멍에 들이미는 체온계를 경험하며 어색하진 않던가요?

그런데 이상한 건 소극장에선 대부분 이걸 생략하는데 거기서 신종플루에 감염됐다는 뉴스는 전 세계 어디서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건 바이러스조차도 알고 비켜간다는 거죠. 그 시장이 원래 열악하다는 현실을 말입니다.
지방에서 히트한 창작뮤지컬이 서울 대학로에서 얼마만한 성적을 거둘 것인가? ‘2009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최다관객동원’이란 자랑스런 타이틀을 4개월 동안(올 9월~내년 1월) 현장에서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관객들이 어찌 알겠습니까?

‘지방균형발전’이란 해묵은 숙제는 뱃살과 허벅지의 지방을 조절하고 허리라인을 살려내자는 개인적인 차원의 구호가 아닙니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시장 수요자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건 경제력의 차이를 그대로 반영하지요. 그 규모가 대충 10대 1로 보면 거의 맞습니다. 영화도 출판도 연극관객도 말입니다.

-공존의 이유- 조병화 시인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위의 시 마지막 둘째 줄.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을 ‘친구가 서로 짐이 되면’으로 바꾸면 뮤지컬 ‘소울메이트’가 전하는 메시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이 캐스팅 된 남녀 두 쌍. 그들을 통해서 반추해 보는 허전한 도시의 삶은 색색의 네온사인이 하나 둘 꺼져가는 새벽시간의 공허함을 알아가는 과정인 듯합니다. 멀리서 하늘색이 드러날 즈음 초췌하게 밤을 샌 쌍쌍들이 둥지를 찾아가는 뒷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친구는 다시 떠나고, 짧은 성공과 돈도 사라지고, 예전처럼 혼자 남은 자신을 긴 거울 앞에 세워놓고 그 속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면서 왠지 낯선 존재를 발견하게 됩니다. 영혼의 동반자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순간. 비좁은 공간을 차지하던 친구의 짐이 나간 후 한층 왜소해져버린 자아(自我).

우리가 살면서 자기 이름을 제 입으로 소리 내어 불러 본 기억이 몇 번이나 있을까요? 실제로 작은 소리로 불러 본 즉 참 어색하더군요. ‘자기 안의 또 다른 나’를 향해, “이은성~”, “은성아~” 마지막 장에서 여주인공이 거울 앞에서 애타듯 찾는 자신의 영혼은 끝내 대답도 없고 여운이 남는 신(scene)이었습니다.

딱 한 가지 그 대목에서 에코마이크를 사용했더라면···. 뭔가 허전하게 자리를 일어서게 만드는 그 뮤지컬의 마력(?)에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마지막 3분의 긴장감은 축구경기나 연극무대나 마찬가지 무게란 사실.

그래서 그 좋은 몸짓과 가창력으로 금요일엔 ‘여행을 떠나요’, 토요일 저녁공연엔 ‘달빛창가에서’나 ‘토요일은 밤이 좋아’, 아님 눈 내리는 날엔 ‘그 겨울의 찻집’같은 피날레 송으로 막이 내리면 여운이 한결 더 할 텐데··· 나름 생각해 봅니다.

캠퍼스커플과 클래스메이트, 룸메이트와 베게친구, 그리고 소울메이트, 이 중에서 생각나는 짝과 이번주 대학로를 걸어보시죠. 가을바람이 싸늘하다싶으면 오후에 ‘열린극장’의 열기에 몸을 맡겨보세요. 사랑을 메뉴처럼 잘 골라야 하는 시대에 4명의 남녀가 보여주는 90분간의 열정에 물들어 보면 어떨까요.

‘있을 때 잘해!’란 다섯 글자가 비단 사랑에만 적용이 되진 않는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할 소박한 뮤지컬입니다. 살아 있을 때, 친구가 있을 때, 열정이 있을 때, 짝이 있을 때, 주머니가 불룩할 때,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 보다 잘해야겠지요.


시사평론가 김대우(pdi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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