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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명장] 24년 IB외길, 그녀의 최대가치는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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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명장에 길을 묻다
<3>홍선주 하나대투증권 전무

M&A·IPO 통한 무한가치 창출 '사령탑'
일 위해 개인생활 접고 남성과 경쟁 완승
"글로벌 경제위기 국내 IB에 새로운 기회" 


홍선주 하나대투증권 전무(49)는 금융업종에서 30년 가까이 일해온 IB(투자은행)전문가다. 흔히들 장인이라 하면 심혈을 기울여 물건을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금융전문가에게 장인이라고 하면 고개를 한번 갸우뚱 거릴만하다.
 
이런 시각에 홍 전무는 금융분야야 말로 무한한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것으로 한국의 성장동력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무형의 무한한 가치란 망한 기업을 인수해 새로운 회사로 회생시키는 인수합병(M&A) 작업,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상장시켜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기업공개(IPO), 영업직원이 딜을 통해 성과를 거두는 일들이다.
 
홍 전무는 이러한 무형가치를 생성해 내는 금융분야에서의 장인정신이란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책임의식'에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금융분야라는 것이 윤리의식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신뢰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금융업종의 장인이 된다는 것은 가족과 친구 등 어느 한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희생'이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외부에 비쳐지는 화려한 모습만보고 뛰어든다면 실망감, 상실감만 안고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선주 하나대투증권 전무에게서 여성으로서의 금융업계 명장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판 금융 일궈온 24년.
M&A, 무에서 유를 창출해 내는 작업.

 
IB는 한국 자본주의 시장의 꽃으로 비유된다. 남자들도 생존하기 어렵다는 증권업종에서 24년 한길을 걸어온 홍선주 전무는 잔뼈굵은 IB 전문가다. 그는 24년동안 한번도 딴 눈을 판적이 없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 힘들지만 하루하루 힘든일을 통해 또한 기쁨을 얻다보니 여성으로서의 임원자리에 까지 오르게 됐다. 남녀 구분을 떠나서 자기가 맡은 일을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책임의식에서 장인정신은 출발한다고 말한다.
 
홍 전무는 "주니어 시절에 똑같을 일이 주었을 때 일이 즐거워서 하는 사람과 내게 주어져서 어쩔수 없이 일을 하는 사람의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난다"며 "책임의식을 수반한 일을 성실하게 해나갈 때 그 사람을 그 분야의 최고로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무형가치를 만들어 내야 하는 증권업무에서 장인정신은 오히려 더 큰 파장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고, 무너진 회사도 다시 회생시키는 작업이야 말로 무에서 유를 창출해 내는 고부차가치 사업이자 하나의 기업체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국익에 까지 연결되는 중요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M&A(인수합병) 작업은 몇개월부터 몇년에 이르기까지 밤샘작업을 해가며 이해타산을 맞추는 작업이다. 따라서 한순간도 잘못 판단했다가는 큰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체를 전격해부시켜 공을 들이는 작업이 바로 여느 장인들과 다르지 않다. 수많은 기업들이 존재하지만 세상에 회사를 알리고자 하는 기업들이 일부에 그치고, 알려지지 않은 기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경영내용을 공개하는 IPO 작업 또한 무형가치를 창출해내는 작업이다.
 
홍 전무는 "거대한 목표를 세우기 보다 하루하루 힘들일을 견디면서 또한 보람을 느낀다"며 "내가 맡은 일에 대해 목표의식을 느끼고 포기하지 않는 삶으로 여기까지 오게됐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IB들이 무너진 것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말한다. 단, 세계 IB들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옳지 못하고 국내 IB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그는 "국내 IB들이 세계 IB들을 무작정 따라해 가는 면모가 있었다"며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화된 구조화 금융기법 및 상품 도입이 절실하고 국내 증권사들도 각자에 맞는 IB를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은 없다. 단지 자기 자신만이 있다"
개척정신은 곧 또다른 땀의 가치 인정

 
홍선주 전무가 하나대투증권의 IB부문 임원이 된데는 개척정신이 있어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갉고 닦는 것 또한 장인정신이라면 홍 전무는 여느 장인들과 다름이 없다. 그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도전정신과 여성이라는 성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모양처가 꿈이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서면서 한 학부에 남자 160명, 여자 2명이라는 환경에 처하면서, 절대적으로 여성이 약자에 속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4년제 대학을 나온 여성들이 취직하기 위해서는 비서직 밖에 없었다. 그나마 금융업종에 지원할 수 있었는데 국내 은행에서는 대학나온 여성의 메리트가 없어 외국계 은행에 취직했다.
 
외국계 은행에서도 무언가 여성으로서의 유리벽이 느껴져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여성이란 옵션이 아닌 일을 의무로 생각하고 책임을 져야하는 사회적 구성원이었다. 새로운 충격이었다. 다시 한국으로 와 삶의 주체로서 여성 임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여성들이 사회적 위치가 높아졌고 장벽이 많이 허물어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특히 금융업종에서의 여성 임원을 찾기는 힘들다.
 
홍 전무는 일을 위해 가정과 친구를 후순위로 미뤘다. 하나를 위해서는 둘다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홍 전무는 "육아라는 직업은 여성에게 큰 짐이 되고 그로인해 육아를 포기했다"며 "부모님과 친구들도 중요했지만 일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에서 모두들 그에 따라줬고 그러한 희생들이 결국 토양이 돼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똑똑한 여성들이 가정과 일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애쓰지만 이는 결국 두가지를 모두 잃게 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남들과 같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삶과 회사에서 임원을 하고 리더로 살아가는 것 모두 성공된 삶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본인이 잘하고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아 균형성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
 
홍 전무는 하나대투증권에서 ECM(Equity capital market), 국제금융실, 신디케이션, DCM(Debt capital market)을 아우르는 자본시장본부의 사령탑이다.그런 그가 생각하는 IB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IB는 시스템 장사라기보다 사람 장사라는 것. 전문화된 맨파워와 철저한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필수적인 IB사업에서 인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 전무는 앞으로 하나IB증권의 비즈니스모델을 변화시키면서, 이에 걸맞는 전문인력 영입과 육성으로 국내 IB업계에 장인으로 한 획을 긋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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