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그는 기업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 분기동안 유럽과 미국의 대형 기업들의 실적발표 시의 녹취록을 분석했다.
그리고 그는 놀랄만한 결론에 도달했다. 즉, 유럽 기업들은 미국의 경쟁자들보다 훨씬 더 낙관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유럽 기업의 경영진들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대략 동등한 것으로 조사된 반면 미국 기업의 경영진들은 전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경우 무엇인가 예측을 내놓아야 한다면, 일정한 패턴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유럽과 미국의 경영진들 사이의 불일치가 존재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업 정보에 대한 투자자와 경영진의 자세의 차이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미국의 대 기업에서 일하는 유럽의 한 집행임원은 "이는 문화적 차이라 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는 현재 긍정적인 것도 나중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집단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한 투자가도 "유럽에서는 비공개 코멘트를 많이 듣게 된다"며 "독일이나 스웨덴에서는 이를 근거로 집단소송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럽 내에서도 이같은 차이는 구별된다. 스위스의 럭셔리 전문업체인 리치몬트의 경우 지난 4월 매출액이 전년대비 19%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리치몬트의 요한 루퍼트 회장은 "현재 세계경제에는 매우 희망적인 조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 최대의 럭셔리 전문업체인 LVMH는 지난 4월 와인과 주류 매출이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UBS의 닉 넬슨 주식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는 행동적 차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최고 경영자들은 희망적인 얘기를 하기 좋아하는 쪽과 그다지 정보를 공개하기를 원치 않지만 나중에 깜짝놀랄만한 좋은 실적을 발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들의 회복에 대한 예측이 얼마나 믿을만한가 하는 점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그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장세흐름보다 뒤늦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크게 투자수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유럽의 한 투자자는 바이엘의 낙관주의와 바스프의 비관주의를 비교한다. 그는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볼때 바스프의 예측에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은행 업종의 경영진들은 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 BBVA는 경기 상황이 바닥을 지나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의 요세프 액커만 최고경영자는 2009년은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 업종에서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UBS와 코메르츠 등 일부 은행들은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경기관련 업종의 경우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어 향후 몇 달 내의 광범위한 기업 실적회복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소비재 유통업종인 유니레버의 폴 폴먼 CEO는 지난 주 "어려운 경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제조업체들도 주문 취소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항공기제조업체인 EADS는 올해 1분기 신규수주 건수는 22건이 취소된 뒤 8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의 395건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것이다.
스웨덴의 베어링 제조업 체인 SKF의 팀 존스턴 최고 경영자는 얼마전 터널의 끝이 보이는지 아니면 터널 한가운데 있는지를 묻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이번 터널은 길고 어둔 터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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