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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맬서스,산업혁명,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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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
그레고리 클라크 지음/이은주 옮김/한스미디어 펴냄/3만2000원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세계는 맬서스 트랩(Malthusian Trap)에 갇혀 있었다. 기술적 진보를 통한 소득 증가가 인구 증가 때문에 그 효력이 상쇄됐다. 즉 기술진보로 인해 증가된 소득은 증가된 인구가 이내 까먹어 버렸다는 말이다.
하지만 영국에서 발생한 산업혁명이 이 지긋지긋한 맬서스의 저주를 단번에 풀어버린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생활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부의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일부 국가에만 집중된다.

1900년대 초부터 미국과 영국으로 대표되는 서구사회만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이른바 '대분기'가 발생한 것이다. 비율이 10대 1에 달할 정도로 국가 간의 소득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게 됐다.

새책 '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는 부의 탄생과 이동, 빈부격차의 문제를 기존의 입장과는 매우 다른 각도로 접근한다.
지금까지 제기 돼 온 식민지 개척, 지리학, 자원 등의 요인이 아니라 '문화'라는 요소를 통해 부와 빈곤의 문제를 설명한다.

지은이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17세기의 정치, 법률, 경제 등의 제도가 급작스럽게 발전하면서 산업혁명을 촉발했다는 기존의 이론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그런 제도는 산업화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제도상의 급속한 발전이 산업혁명을 일으켰다기보다는 이러한 제도들이 점진적으로 인류의 문화를 심층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지은이는 오랜 정착 생활의 경험과 안정성의 역사를 지닌 사회만이 사람들의 문화적 특성을 변화시켜 경제성장에 적합한 효율적인 속성을 지닌 인류로 탈바꿈시켰다고 말한다. 이러한 안정성의 역사를 지니지 못한 사회는 산업화라는 축복을 받지 못했다는 것.

경제사학자이자 계량경제학자인 지은이는 오랜 세월 동안 수집한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연구결과를 집대성했다. 비판자들조차 그의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의 주장이 현재까지 알려진 거의 모든 자료와 지식의 기초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책은 경제위기를 맞아 더욱 남다르게 다가온다. 최근 금융위기를 통해 수면으로 떠오른 급격한 부의 이동과 세계적인 빈부격차, 양극화문제, 그리고 각국의 경제정책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

책의 원제는 'A Farewell to Alms'다. 번역하면 '구제금(救濟金)이여 잘 있거라' 정도가 된다. 지은이는 원제를 통해 세계 경제정책의 문제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경제 대국들은 저개발 국가의 경제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이른바 '식민지 정책'을 합리화했다. 그리고 지금은 빈국을 돕는다는 취지 아래 부국의 지원과 원조가 물밀듯이 이뤄지고 있다. 모두 미국식 시장경제 체제의 대외 확산한 전략인 '워싱턴합의'에 기초를 둔 정책들이다.

하지만 제국주의 시대에도 그랬듯이, 빈국에 대한 부국의 지원은 세계적인 빈부격차에 아무 도움이 되고 있지 않고 오히려 심화시킬 뿐이다. 가난한 나라에 제시해줄 만한 경제발전 모형이 적어도 서구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은이는 강하게 비판한다.

그보다는 부자나라가 빈국의 이주민들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유일한 정책이라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지금 세계의 부자나라들은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안으로는 문을 꽁꽁 걸어 잠근 동시에 기존의 이민자들도 쫓아내는 형국이다.

허울좋은 원조를 통해 겉으로는 인심쓰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통합이 아닌 배척을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부자나라들의 실상이라고 책은 비판한다.

그 결과 지금 세계는 엄청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부자나라들은 물론 전 세계의 행복지수는 전혀 증가하지 않은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에 살고 있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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