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없었다면 어린 시절의 모습이나 주변 풍경들을 기억해 내지 못할 것입니다. 아련히 생각은 나지만 무엇인가 확실히 맺혀지지 않는 영상들이 기억 속의 옛 모습을 간간이 단절시키고 우리들의 삶 속에서 분리시킬 것입니다. 그래서 사진은 기록이자 역사입니다. 사진에 담긴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개인의 역사가 될 수도, 지역의 역사가 될 수도, 한 나라의 역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년을 넘어선 사람들에게는 사진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몇 장 되지 않는 빛바랜 사진들을 보며 과거 시간으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청운의 꿈을 가졌던 시절로도 돌아가 보고 혈기 왕성했던 때도 회상하며 추억의 창고에서 옛 기억들을 꺼내 봅니다. 점점 세월이 묻어나는 사진들을 보며 당시 자신의 모습에서부터 오늘의 내가 있음을 실감합니다.
이렇게 옛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았던 사진이 일부에서는 왜곡되고 변형되기도 합니다. 사진을 통해 자신의 가장 예쁜 모습을 담기 위해 화장을 짙게 하고 조금은 조명과 각도를 조절하는 이른바 ‘얼짱 각도’까지는 정보를 일부 변형한다 해도 이해할 수 있지만 흔히 말하는 포토샵을 통해 사진 자체를 변형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보다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한 애교 있는 손질이야 넘어가겠지만 근본적인 변형은 오류와 착오를 낳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기사 내용에 맞는 사진을 만들기 위해 취재하는 기자가 직접 모델이 되어 찍은 뒤 불특정한 인물인 듯 처리해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사진처럼 현장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없는데 기자의 의도에 따라 인위적으로 이미지를 왜곡한 것입니다.
사실 전문가들은 ‘사진이 있는 그대로를 담아낸다’는 생각은 오해라고들 말합니다. 이들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도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은 3차원의 공간에 있는데 사람의 눈은 그것을 2차원 평면의 공간에 상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변환되고 때론 왜곡되기도 한다는 논리지요. 사진 역시 사람의 눈의 효과에 따라 만든 기계에 의해 상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라기보다는 ‘찍는 사람의 생각’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를 보면 많은 일들이 있는 그대로 발표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찍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갖습니다. 한창 공방 중인 ‘장자연 리스트’ 진실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가 죽은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거론된 사람마다 이야기가 다릅니다. 또 명예훼손이다 하며 서로 치고받기에만 혈안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뇌물 사건도 진실이 어디까지인지 갈수록 미궁입니다.
사진은 추억이고 기록이며 역사인데 뒤편에 감춰진 내용이 무엇인지, 우리가 보는 현실에서 형상화의 단계로 이동하면서 어떤 왜곡이 덧칠됐는지 모두 궁금증 뿐 입니다. 우리가 휴일 여의도에서 꽃과 나무와 나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듯 우리 사회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투영되어 한편의 기록으로 추억의 화첩에 들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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