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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콩밭에서 두부찾는 퇴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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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 룰루랄라 잘 나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인테리어와 간판 업종입니다. 인테리어와 간판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장사의 부침(浮沈)이 심하다는 방증입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게 식당입니다. ‘먹는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일까요. 간판을 새로 다는 곳은 십중팔구 식당입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최근 새로 생긴 식당일수록 서비스는 수준 이하인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주범(?)은 퇴직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얼마 전 찾았던 식당이 그랬습니다. 그 식당 주인은 50대 중반의 퇴직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식당 주인 역할을 생전 처음 해보다 보니 무척 어설퍼보였습니다. 본인은 일을 한다고 왔다 갔다 하는데 손님이 볼 때는 방해물처럼 여겨졌습니다. ‘내가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닌데…’ 하는 표정이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러니 장사가 잘 될 리가 없지요. 보통 몇달 못 가 문을 닫고 또 다른 50대 주인이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식당 다음으로 퇴직자들이 관심을 갖는 게 공인중개사입니다. 얼마 전 은퇴자 교육을 받는 곳에서 만난 분도 부동산 자격증을 땄다고 합니다. 퇴직 후 쉬엄쉬엄 하기엔 가장 적당한 일거리로 보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분은 얼마 못 가 그 같은 생각이 단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장에 와보니 공인중개사는 남자의 직업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아파트 결정권을 쥔 쪽이 여자이다 보니 여자 공인중개사를 선호하고 아파트를 보여주는 쪽에서도 여자 중개사를 안전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동네 중개업소는 어느덧 ‘금남의 집’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게 그 분의 설명입니다.

식당 주인이나 공인중개사나 시장조사를 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뛰어든 결과 인생 이모작에 실패한 것입니다. “왜 그렇게 결정했느냐”고 물으면 “다급해서 그랬다”고 말합니다. 심사숙고해도 걸림돌이 많은 게 현실인데 성급하게 결정해서 뭐가 이뤄지겠습니까. 실상이 이렇다 보니 퇴직 후 재기에 성공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인생 이모작도 철저히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기업에 다니다 50대 초반에 퇴직하고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분을 만났습니다. 실버산업에 관심이 있었던 그 분은 회사에 다니면서 시장조사를 하고 실버산업 관련 모임에 참석하는 등 꾸준히 준비를 했습니다. 준비를 철저히 한 만큼 사업은 금방 궤도에 올랐습니다.

그 분은 “대기업에 있을 때 자신이 구조물의 한 조각이라는 느낌을 받은 후, 그 구조물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도 의미 없는 조각이 아닌, 나름대로의 구조물일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로 뛰면서 해답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나’라는 부품은 과연 다른 곳에서도 유용한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평생직장의 꿈은 사라진 지 오래이기에….

리봄디자이너 조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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