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담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담뱃값 인상 예외 아냐
최근 흡연자들 사이에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각련'이다. 롤링타바코 등으로 알려진 각련은 완제품인 궐련(일반 담배)과 달리 가공된 연초(煙草), 담뱃 종이, 필터가 각각 따로 출시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10% 내외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널리 확산돼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까지 대중화 돼 있지는 못하다. 국내 가격대는 연초 40g(80~100개비)당 6000~8000원 선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 같은 가격차 때문에 흡연자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직장인 이재영(31)씨는 "대학 시절 영국여행을 다녀온 선배가 각련을 가져와 처음 피워봤다"며 "향도 나쁘지 않고 저렴하다고 하니 관심이 간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의 한 각련 소매상도 "각련의 인지도가 낮다 보니 아직은 판매량에 큰 차이가 없지만, 고객들이 가격과 관련해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아무래도 담뱃값이 오르면 각련 판매량이 늘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도 반응이 뜨거워지며 각련 가격ㆍ구입처ㆍ끽연 방법 등을 소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궐련 외 다른 담배에도 세금ㆍ부담금 인상이 예고되면서 기대만큼의 '가격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보건복지부ㆍ안전행정부는 각련에 부과되는 건강부담금,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역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배성현 기획재정부(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 사무관도 "각련에도 출고가의 77%인 개별소비세를 부과할 방침이며, 가격이 오르는 만큼 부가가치세도 자연히 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요인을 배제하더라도 각련이 대중화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련 수입업체 다래코 관계자는 "각련을 애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가격보다 향과 맛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원 박사도 "담배 대체제로 지난해 '씹는 담배'가 수입되기 시작했지만 막상 판매량은 저조했다"며 "각련 판매량이 많은 영국에서도 저소득층ㆍ유학생들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담배를 직접 재배해서 피우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한갑에 240원 하는 담배?'라는 글에서 "개인이나 종묘사에서 모종을 구해 재배하면 수확까지 3~4개월이 걸리고, 줄기당 담배 한 보루를 만들 수 있다"며 "씨앗이나 장비를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 최고 20만원이고 그 후로는 튜브값만 들어가니 한 갑당 240원 꼴이 된다"며 구체적인 재배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개인이 소비 목적으로 재배하는 것은 상관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타인에게 매매할 경우 담배산업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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