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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M&A 무산 이후]긴박했던 24시간…허탈한 호반건설

최종수정 2018.02.10 08:23 기사입력 2018.02.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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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에게 지난 7일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박했던 하루였다. 지난달 31일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을 때만 해도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는 사실상 확정되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변수는 지난 7일 오전 9시52분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공시와 함께 터져 나왔다. 대우건설의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3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호반건설 연간 매출의 4분의 1에 달한다.

기사를 접한 김상열 회장은 경영진과 인수·합병(M&A) 담당자들을 불러모았다. 당초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이 이미 부실을 다 털어냈다며 문제될 게 없다고 했지만, 한 해외사업장에서만 3000억원의 손실이 난 상황은 호반건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해외사업에 경험이 없는 호반건설은 이런 부실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을 감당해내기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실제 대우건설의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는 지난해 3분기에도 230억원의 손실이 났던 곳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오만·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인도·나이지리아·알제리·에티오피아·베트남·싱가포르 등지에서 해외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주택사업을 위주로 하고 있는 호반건설 입장에서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은 일종의 ‘폭탄’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호반건설 M&A 담당자들은 지난 7일 오후 산업은행을 찾아갔다. 산업은행 담당자들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대우건설의 대규모 부실이 추가로 터져나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 매각이 무산되는 상황 역시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이후 다음날인 8일 김상열 회장은 경영진들과 회의를 거쳐 오전 10시12분 대우건설 인수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3개월여간 정치권 연루설 및 특혜설과 대우건설 노조의 반발 등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 인수를 통한 해외사업 영토 확장을 꾀했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철회하게 된 데는 인수 이후 추가로 발생하는 부실에 대해 아무런 보전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통상적으로 매각이 끝난 뒤에도 예상치 못한 부실이 발생하면 손실을 어느 정도 보전해주는데,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 조건으로 매각 이후 손실에 대해서는 어떤 요청도 할 수 없도록 못을 박았던 것이다.

산업은행과 협상 과정에서 가능한 가격 조정 폭은 사전 인수 제안가의 3% 이내여서 최대한 가격을 깎는다고 해도 486억원가량에 불과했다. 매각이 완료된 이후에 이번 모로코 사업장과 같은 대규모 부실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호반건설이 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되는 상황이었다.

김상열 회장을 비롯한 호반건설 임직원들은 대우건설 인수가 무산되면서 허탈한 분위기다.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해외로 발을 넓히면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려 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부실이 없고 깔끔하다는 산업은행의 말을 믿고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했는데, 한 해외사업장에서만 3000억원의 손실이 난 상황에서 인수 완료 이후 추가 부실 나올 경우 감당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인수 중단을 결정한 경영진들은 누구보다 속이 많이 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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