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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관서, 관동지방을 나누는 '관(關)'은 어디를 의미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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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일대를 의미하는 '영남'이란 말의 어원이 된 조령관의 모습. 조령관은 철령관과 함께 한반도에서 매우 중요한 관문으로 여겨져왔다.(사진=경북북부권문화정보센터)

경상도 일대를 의미하는 '영남'이란 말의 어원이 된 조령관의 모습. 조령관은 철령관과 함께 한반도에서 매우 중요한 관문으로 여겨져왔다.(사진=경북북부권문화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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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흔히 우리나라 수능시험에서 장기간 수험생들을 괴롭힌 조선시대 가사문학 작품으로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關東別曲)'이 꼽히곤 한다. 여기서 관동은 강원도를 뜻하는 말로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에 임명돼 금강산 및 관동팔경이라 꼽히는 명승지를 두루 유람한 뒤, 소감을 쓴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우리나라에는 관동지역만 있는게 아니라 관서지역도 있다. 지금은 북한지역인 평안남북도 일대를 가리키는 용어다. 관북지역도 있는데, 함경남북도 일대를 관북이라 칭해왔다. 한자 뜻 그대로 해당지역들이 각각 관(關)의 동쪽, 서쪽, 북쪽에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관은 한국사의 주요 분기점마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요충지, '철령관(鐵嶺關)'을 의미한다. 요새를 뜻하는 관이란 단어가 붙은 대표적인 곳으로 남부지역의 '조령관(鳥嶺關)'도 있다. 이 조령관의 경우, 경상도 지역을 의미하는 '영남(嶺南)'이란 말이 만들어진 배경이 됐다.

상대적으로 우리에겐 덜 알려진 '철령'은 오늘날 북한 강원도 회양군과 고산군 사이에 위치한 해발 685m에 이르는 고개를 뜻한다. 예로부터 중부지방과 관서, 관북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로이자 군사적 요충지로 이름이 나있는 지역이라 요충지의 수비 요새 기능을 위한 '관'이 일찍부터 세워졌으며, 이후 고려와 조선의 왕조교체기에는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부각됐다.

철령관을 기준으로 북쪽 함경도 지역을 관북, 서쪽 평안도 일대는 관서, 동남쪽인 강원도 일대는 관동이라 불렸다.(사진=교육부 블로그)

철령관을 기준으로 북쪽 함경도 지역을 관북, 서쪽 평안도 일대는 관서, 동남쪽인 강원도 일대는 관동이라 불렸다.(사진=교육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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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는 1259년, 몽골제국과의 오랜 전쟁 끝에 화의하고 오늘날의 관서지역과 관북지역 일대를 모두 몽골에 할양했다가 관서지역은 90여년 뒤에 반환됐고, 관북지역은 공민왕 때 무력으로 되찾았다. 이때 관북 일대 영흥지역인 쌍성총관부 일대를 관할하던 조선의 태조 이성계의 가문이 원(元)나라에서 고려로 내투해 고려의 장군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1387년, 원나라를 몽골 고원으로 내쫓고 중국의 새 주인이 된 명(明)나라는 과거 원나라에 속했던 영토를 자국 영토로 귀속시키겠다고 연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듬해인 1388년, 요동 일대에 철령위(鐵嶺衛)라는 행정기구를 설치하고 고려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압록강 일대에 경비병을 보내고 양국 국경지대에 포고문을 내걸고 단속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것이 유명한 '철령위 문제'의 시작이다.

이에 당시 고려의 집권자였던 수시중 최영은 크게 분노하여 멋대로 월경한 명나라 경비병 21명을 죽이고 5명을 현지에 붙잡았다. 양국 사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고, 최영은 당시 임금인 우왕의 명을 받아 요동정벌 계획을 발표했다. 이성계의 반대에도 불가하고 강행된 요동정벌에는 좌·우군 3만8000여명, 수송부대 1만1000여명을 포함해 약 5만의 병력이 동원됐다.

당시 경제적, 사회적 상황이 좋지않은 고려 입장에서는 전 국력을 동원한 정벌이었지만,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에 따라 고려군은 국경을 넘지도 않고 돌아왔고, 오히려 개경에서 최영의 수비부대와 교전을 벌이게 됐다. 약 8000여명의 병력으로 수비에 나섰던 최영은 중과부적으로 참패했으며, 시가전까지 벌인 결과, 고려의 수도와 궁궐은 회군한 요동정벌군에 함락됐다.

세키가하라 전투 묘사도(사진=위키피디아)

세키가하라 전투 묘사도(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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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의 회군이 성공하고, 새로 고려의 조정이 재편되자 명나라는 곧바로 오늘날의 외교부격인 예부(禮部)를 통해 철령위 설치를 중지하겠다는 표문을 고려 사신에게 보낸다. 회군 당시 이성계 일파 및 일족들의 일사분란했던 움직임 등을 고려해, 오늘날에는 위화도 회군이 명나라 측과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관(關)에 얽힌 이야기라면, 중국과 일본에도 관과 얽힌 지역들의 이야기는 많이 전한다. 대표적으로 삼국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안(長安)성이 위치한 '관중(關中)' 지역은 북쪽의 소관(蕭關), 남쪽의 무관(武關), 서쪽의 대산관(大散關), 동쪽의 함곡관(函谷關) 등 4개 관으로 둘러싸여있다고 해서 관중이라 불린다. 일본 본토 역시 크게 간사이(關西), 간토(關東) 두 지방으로 나뉘며, 기준이 되는 지점은 세키가하라(?ヶ原) 지역이다. 이곳은 임진왜란 직후 도요토미 계열인 서(西)군과 도쿠가와 계열인 동(東)군이 대규모 교전을 벌인 지역이기도 하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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