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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간월재에 수줍게 핀 진달래와 철쭉…분홍빛 흩날리며 이제야 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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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영남알프스)ㆍ물(간절곶)ㆍ흙(옹기) 대자연이 빚은 그 곳, 울주 3색 여정

이른 아침 간월재에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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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옹기 장인으로 유명한 장성우 장인이 외고산 옹기마을 작업실에서 옹기를 만들고 있다.

무유옹기 장인으로 유명한 장성우 장인이 외고산 옹기마을 작업실에서 옹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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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가득한 영남알프스 산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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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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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울산은 산업도시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울산도심을 동그랗게 에워싼 울주군은 전혀 다른 대자연과 청정함을 간직한 곳입니다. 울주라는 지명은 조금 낯설고 생소하겠지만 산과 바다, 역사 깊은 이야기를 여럿 품고 있습니다. 가지산과 신불산 등 해발 1000m 넘는 고봉준령들은 '영남알프스'로 불리며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영남알프스'의 관문이자 억새밭으로 유명한 간월재의 봄날은 신록과 연분홍빛 바다로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금빛 모래가 펼쳐진 진하해변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간절곶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자 바다산책로로 그만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1950년대부터 전통 옹기의 맥을 이어온 외고산 옹기마을도 있습니다. 7명의 옹기 장인들이 혼을 담아 빚은 항아리와 그릇들을 만져보고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적도 많습니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바위에 새긴 그림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은 꼭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이맘때면 오후에 찾는게 그림을 더 잘 볼 수 있는것도 있지 마시길. 우리나라 최초의 먹거리 특구인 언양ㆍ봉계 한우 불고기 단지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이렇듯 울산과 달리 정감어린 모습을 간직한 울주여정은 그래서 남다릅니다.

◆신록과 연분홍 봄빛 품은 영남알프스와 푸른 바다 간절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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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에서 손꼽히는 명소인 간월재(900m)로 간다. 울주를 기준으로 경북 경주와 청도, 경남 양산과 밀양에 걸친 해발 1000m 봉우리를 연결하는 관문이다. 유럽 여러 나라에 걸쳐 있는 알프스산맥에 빗댄 '영남알프스'로 불린다. 간월재를 기준으로 북으로는 간월산과 가지산, 서로는 재약산과 천황산, 남으로는 신불산과 영축산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연결된다. 간월재는 가을억새로 이름깨나 날리지만 진달래와 철쭉, 야생화 피는 봄 풍경도 그 못지않다. 기온차가 큰 이맘때엔 구름이 파도치듯 언양 읍내를 휘감아 도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른 새벽 간월재에 올랐다. 언양읍과 울산 앞바다로 이어지는 산 아래에 잔잔한 구름이 떠다닌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읍내는 깊은 잠에 빠져있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부지런한 산새들의 움직임만이 정막을 깨운다. 저 멀리 동쪽에서 붉은 기운이 꿈틀거린다. 구름을 뚫고 아침 해가 솟아올랐다. 신불산에서 동으로 뻗은 일명 공룡능선을 따라 빛이 움직인다. 주황빛 햇살이 초록 능선을 타고 스며들고 치마폭처럼 겹쳐진 골짜기마다 봄빛들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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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는 이미 신록이 짙어졌지만 간월재는 이제 봄기운이 시작됐다. 철 지난 진달래가 막 절정을 넘겼고, 철쭉도 망울을 터트렸다. 아침 햇살을 온 몸으로 품은 연분홍빛 진달래가 짙은 향기를 토해낸다.
오래전 간월재는 삶의 길이었다. 배내골 주민, 울산 소금장수, 언양 소장수, 장꾼들이 줄을 지어 넘었다. 주민들은 시월이면 간월재에 올라 억새를 베 날랐다. 벤 억새는 다발로 묶어 소 질매에 지우고 사람들은 지게에 한 짐씩 지고 내려와 억새지붕을 이었다.

또 우리나라에도 빙하기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다. 마지막 빙하기였던 신생대 홍적세(12만5000년 전) 동안 간월산과 신불산을 덮고 있던 빙하가 거대한 돌들과 함께 산 아래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V'자 형태의 급경사 계곡을 갖게 됐다. 신불산과 간월산에서 작천정에 이르는 동안 유난히 자갈더미와 미아석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재를 내려오면 작천정이 있는 작괘천을 만난다. 수백 평이나 되는 바위가 오랜 세월 물살에 깎여 움푹움푹 파인 형상이 마치 술잔을 걸어둔 것 같다고 해 이름 붙었다. 작천정에 올라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작괘천을 내려다보는 맛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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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왔으면 이제 바다로 가보자.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간절곶이다. 멋진 바위 무리 깔린 바다가 펼쳐지고 노란 유채꽃과 푸른 초원 가운데는 풍차가 서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차도를 막아 걷는 길을 마련해 여유로운 해안 산책을 누릴 수 있다. 바다를 향해 돌아앉은 벤치와 세계 최대 크기의 소망우체통, 간절곶 등대가 한가롭다. 엽서에 '간절한' 소망을 적어 소망우체통에 넣으면 실제로 배달이 된다. 멀리 수평선으로부터 달려와 기암괴석을 핥고 다시 멀어지는 파도 소리가 감미롭다. 송정마을ㆍ솔개해변을 지나면 솔숲이 아름다운 진하해변이 나온다.
◆장인 숨결 살아있는 외고산 옹기마을, 각양각색 손기술에 감탄이 절로
외고산 옹기마을은 입구부터 특이하다. 대형 옹기를 형상화한 안내판이 멀리서도 눈길을 끈다. '전국 최대의 옹기 집산지'란 명성답게 마을에 들면 각양각색의 옹기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대형 장독대부터 자그마한 옹기, 문양이 새겨진 장식용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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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마을이 처음 형성된 건 60여년 전이다. 1950년대 후반 경북 영덕에서 옹기공장을 운영하던 고(故) 허덕만 장인이 한국전쟁 이후 이곳으로 옮겨 오면서 시작됐다. 인근 부산에선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피란민들이 몰려들었고 옹기 수요도 폭발적이었다. 그런 이유로 전국의 옹기장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1960, 1970년대엔 200가구가 모여 살 만큼 번성했다.

그럼 왜 울주였을까. 아버지 뒤를 이어 52년째 옹기를 빚고 있는 가야신라토기 장성우 장인(69)은 "따뜻한 기온과 옹기의 재료가 되는 흙, 땔감으로 쓸 나무가 풍족한 것"을 요인으로 꼽았다.

옹기는 날씨영향을 많이 받는다. 흙 반죽으로 모양을 만들 때 기온이 내려가면 형태가 깨진다. 서울, 경기도 등 겨울이 길고 혹독한 곳에선 겨우내 작업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 울주는 다르다. 겨울에도 영하권으로 내려가는 날이 많지 않다. 게다가 운송수단이 발달해 흙이나 땔감으로 쓸 나무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사실 오래 전엔 '옹기마을'이란 것이 없었다. 땔나무와 흙이 소진되면 다른 곳을 찾아 이동해야 했다. 그게 옹기장이들의 숙명이었다.
옹기박물관

옹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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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좋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물레와 흙을 다루는 옹기장이의 정교한 손기술이 필수적이다. 흙 반죽과 수레질, 문양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전통가마에서 1200도가 넘는 뜨거운 불에 4~9일 정도 굽는다.

장 장인은 "정성 들여 빚은 옹기를 전통 가마에 넣고 굽는 일이 힘들지만 좋은 옹기로 탄생했을 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행복함을 느낀다." 고 말한다.

그는 유약을 사용하지 않고 색깔을 내는 무유옹기의 장인이다. 일명 푸레독이라 부르는 무유옹기는 토기로부터 발전했다. 토기는 흙으로 빚은 그대로 섭씨 600~700도의 낮은 온도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무유옹기는 유약(잿물)을 일체 바르지 않고 1250도 고온에서 굽는다. 이 과정에서 옹기의 생명인 공기구멍, 이른바 '기공'이 만들어진다.
장성우 장인이 가마에 옹기를 옮겨 담고 있다.

장성우 장인이 가마에 옹기를 옮겨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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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유옹기는 기공이 커서 숨 쉬는 기능이 탁월하고 발효성이 뛰어나 김치, 고추장, 된장 등 저장용기로 가장 잘 어울린다. 최근엔 웰빙 열풍을 타고 효소용기나 차를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장 장인은 옹기 만드는 가업을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한평생을 생명처럼 여기며 만들어온 옹기를 내 대에서 끓을 수 없다" 며 "직장 생활을 하는 아들이 시간을 내서 옹기를 배우고 있어 기특하다."고 말했다.

옹기마을엔 7명의 옹기 장인들이 살고 있다. 전통 방식으로 흙을 빚고 옹기를 만든다. 숙련된 이라도 오랜 시간 땀을 쏟아야 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그 덕에 마을 전체가 거대한 옹기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 마을엔 옹기박물관도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옹기와 재래식 옹기, 옹기 역사 등을 만날 수 있다.  

울주(울산)=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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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간월재는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나들목으로 나와 울산 방면 24번 국도로 갈아탄 뒤 아불삼거리에서 우회전 해서 가다 배내사거리에서 좌회전해 파래소 유스호스텔 앞까지 가면 된다. 외고산 옹기마을은 부산울산고속도로 청량 나들목으로 나와 14번 국도를 따라가면 된다. 옹기마을에서 간절곶은 20~30여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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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우리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옹기' 그 멋과 기품을 만끽할 수 있는 2017 울산옹기축제가 5월 4일부터 7일까지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열린다.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유망축제와 전국 3대 전통역사체험 관광지에 선정됐다. 가장 큰 볼거리는 장인들이 직접 보여주는 옹기 제작 시연이다. 우리 고유의 음식저장문화의 상징인 옹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축제는 옹기장난촌, 옹기장수촌, 옹기도깨비촌, 옹기산적촌, 옹기무형유산관 등으로 구성된다. 옹기장수촌에서는 옹기와 발효가 연계된 체험과 전시, 대회가 열린다. 옹기장난촌과 옹기난장촌은 옹기제작의 기본이 되는 흙과 물속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축제 동안 20~50%정도 할인된 금액으로 옹기를 구입할 수 있다. 옹기축제추진위원회 (052-227-4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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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언양은 불고기(사진)가 유명하다. 양념장을 넣고 버무려 석쇠에 구워내는데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다. 언양 읍내 외곽에 맛집들이 몰려 있지만 갈비구락부가 가장 유명하다. 간절곶에 있는 뱃고동횟집은 자연산회와 성게알밥, 멍게비빔밥, 물회 정식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왼쪽 사진은 오전에 촬영한 것이고 오른쪽은 오후에 빛이 가장 좋을때 찍은 사진(자료)이다. 빛에 따라 바위에 새겨진 그림의 수에 차이가 많이 난다.

왼쪽 사진은 오전에 촬영한 것이고 오른쪽은 오후에 빛이 가장 좋을때 찍은 사진(자료)이다. 빛에 따라 바위에 새겨진 그림의 수에 차이가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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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선사시대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바위에 새긴 그림인 반구대 암각화는 챙겨볼만 하다. 암각화까지 가는 길은 걷기에 좋다. 반구대 암각화는 빛의 예술이다.(사진) 오전 중 빛이 없을때는 그림들이 보이지 않다가 오후 빛이 들기 시작하면 하나둘씩 바위에 새긴 그림들이 나타난다. 요즘은 오후 3시10분부터 6시 사이에 그림을 잘 볼 수 있어 이때 찾는것이 좋다. 특히 미세먼지나 황사, 구름이 끼면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참고해야 한다. 이외에도 석남사와 대운산 내원암 계곡, 파래소폭포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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