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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시진핑 열전]스시담판은 '아베美學'…국익 위해 몸낮추기 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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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 리포트 - 일본의 통상정책

韓中 견제하고 우호국 미-유럽 FTA에 힘쏟아
쌀 등 5대 농업품목 개방불가 앞세워 TPP협상했지만
관세율 인하보다 수입제한 등 내걸어 타결 희박
中과 관계개선 원한다면서 역사왜곡 '오락가락 전략'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지난해 3월15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이 기회를 놓치면 논의할 권리를 잃는다”며 협상 참여가 늦어지면 일본이 불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으로부터 TPP에 참가하면 미국은 자동차와 공업 분야에서 다소 손실을 보지만 일본은 농업과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입는다는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아베 총리는 '히든카드'를 쥐고 있었다. 한 달 전에 가진 미·일 정상회담이었다. 당시 아베 총리는 '골프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골프 퍼터를 선물하며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고 일본 농업에 관세 철폐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고 TPP를 수월하게 풀겠다는 전략이었다.

아베 총리의 꼼꼼한 회담 전략은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과의 '스시회담'에서 빛을 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초밥을 좋아한다는 정보를 입수, 아베 총리가 직접 결정했다는 도쿄 긴자의 초밥집에서 만난 양국 정상은 다음 날 정상회담을 앞두고 1시간30분에 걸친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이날 스시 회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비판적이었다. 외신들은 스시회담이 딱딱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TPP협상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스시가 맛있었다는 말 외에는 아무 것도 전하지 못했다"고 혹평했고 블룸버그는 "일본에 센카쿠 영유권을 확인해줌과 동시에 중·일 간 긴장을 고조시킨 것은 심각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승자는 미국으로부터 얻을 것은 얻고 지킬 것은 지킨 아베 총리였다. 아베 총리는 우호관계도 국익과 어긋나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하게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미·일 간 통상 관계는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그 분수령이 TPP 협상이다.

아베 총리 이전 일본은 2006년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이혜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많은 일본 기업들이 아세안 국가로 제조생산 기지를 이전해 이들과 전략적으로 FTA를 체결했다”며 “농업분야 개방이나 국내제도 변경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다른 국가와 FTA 추진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잃어버린 20년' 이후 정권을 잡은 아베 총리는 미국, 유럽연합(EU)과 FTA를 추진하면서 통상 정책 방향을 바꿨다. FTA 국가의 무역비중을 현재 19%에서 2018년까지 7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FTA로 가까워지는 한국과 중국을 견제하고 수출 확대를 통해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집권 초기부터 우호국인 미국, 유럽과의 FTA에 힘을 쏟은 것이다.

◆아베의 '들었다 놨다' 전략= 내달 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전망이다. 지난 4월에 이어 올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로는 네 번째다.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일 양국이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실무진이 정상회담을 위한 조율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중국의 수도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중국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태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중국과의 협력 강화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에도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아베는 “일·중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APEC 정상회의에서 꼭 회담하고 싶다”고 밝혔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 등 중·일 간 정치적 반목에도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피력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중·일 갈등을 고조시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일본이 국가적으로 성노예를 삼았다는 근거 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올바른 역사 인식을 형성하고 국제 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릫오락가락 행보릮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릫국익 우선릮의 일본 통상 전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멀어진 TPP 합의 … EU로 방향선회= 통상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TPP 참가를 통해 일본 내 개혁과 제도·규제 개선을 이루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한다. 농업 개방의 경우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일본의 농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만큼 TPP를 통해 다른 나라와 경쟁하고 농업 수출 확대를 도모하는 등 농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12개 국가가 참여하지만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참여하는 사실상 미·일 FTA로 여겨지고 있다. 일본은 특히 쌀, 밀·보리, 소·돼지고기, 사탕수수 등 감미작물, 유제품 등 이른바 5대 품목에 대해 '개방 불가'를 내걸면서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미·일 장관회담에서 일본은 소·돼지고기에 대해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응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과 EU 간 FTA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올해 발효 3주년인 한·EU FTA로 유럽시장 내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한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 만큼 일·EU FTA에 대한 일본 경제계의 요구는 높다.

아베 총리가 지난 5월 브뤼셀에서 EU 지도부와 만나 일·EU FTA와 관련 “내년 중 대체로 합의하는 목표로 적극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EU가 일본의 비관세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일본은 관세가 낮아 비관세장벽을 순순히 낮춰주지 않는 상황”이라며 “일본은 서두르지 않고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국익에 따라 개방할 것은 개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호주와의 FTA에 공식 서명했으며 몽골과도 7월 정상회담서 FTA를 타결했다.
▲일본 FTA 현황

▲일본 FTA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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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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