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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요새 젊은 것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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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내 세대 격차, 새로운 리스크로 자리잡아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우연히 발굴된 기원전 수메르 점토판의 내용을 해석해 봤더니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라는 말이 등장했다는 얘기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로제타석에 이 글귀가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로제타석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이 사제들에게 베푼 은혜에 감사하기 위한 글귀를 적어 놓은 것으로서 이런 내용 자체가 있을 수 없지만 워낙 유명한 얘기다 보니 영화 '알렉산더'에서 나래이터 역할을 했던 프톨레마이오스 왕의 대사로도 이 말이 나온다.
동양에선 한비자가 오두편에서 젊은이들의 철없는 행동을 비판했으며 우리 어르신들도 세대를 한탄하며 흔히 하는 말들이다.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수직적 사내 문화를 갖고 있었던 우리 기업들은 수직적 복종 문화에 적응하길 거부하고 수평적 사내 문화를 요구하는 신입사원들에게 '버릇 없다'라는 한마디로 일축하고 만다.

지금으로부터 15년전 선배가 취업한 한 대기업에 우연히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책상 배치가 묘했다. 창문을 등지고 부장들이 앉아 있고 그 아래로 차장, 과장, 대리, 주임, 사원들이 직급에 따라 앉아 있었다.
특이했던 점은 모두 상급자에게 자신의 등을 보이고 앉아 있었다는 점이다. 부장이 자리에서 한번 일어서면 부하 직원들의 책상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였다. 마치 학교에서 제일 힘이 세고 대장 역할을 하는 학생이 키와 상관없이 제일 뒷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격이었다. 혹여 뒤에서 감시라도 할까봐 책상 한켠에 거울을 놓고 흘끔거리며 일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재는 이같은 책상 배치를 가진 기업을 찾아볼 수 없다. 부서장들은 여전히 창가에 앉고 임직원들을 지켜볼 수 있는 자리를 갖고 있지만 부하직원들은 팀 단위로 자유롭게 배치된 책상에서 일을 한다. 예전보다는 많이 수평화된 사내 문화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신입사원들은 일하는 만큼 열심히 놀기를 원한다. 현재의 간부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도 많이 다르다. 나와 가정보다 회사와 일이 더 중요했던 그들과 달리 젊은 직원들은 회사와 일도 중요하지만 나와 가정이 가장 중요하다. 회식자리를 기피하고 회사의 단체 활동을 피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조직 보다 개인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 때문에 회사에서는 하루에도 몇번씩 신세대와 구세대간의 충돌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출퇴근을 자유롭게 허용하기 시작한 삼성전자서도 마찬가지다. 새벽 출근을 해야 하는 임원들은 다 늦은 시간에 출근해 눈을 비비며 일 준비를 하는 젊은 직원들을 보며 까맣게 속을 태운다.

젊은 직원들은 휴가철이 되도 회사 눈치를 보며 휴가를 가지 않는 부서장들이 답답할 뿐이다. 적절한 지시가 내려와도 부서장들이 '회사 눈치를 보는 것'이라며 폄하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구세대와 신세대의 충돌과 갈등은 기업의 경쟁력도 떨어뜨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세대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문화와 시대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세상은 변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기업 문화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최근 '창조적 혁신'이라는 단어가 기업들 내부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창조적인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갖게 해줘야 한다. 관리자부터 변해야 한다.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그것만이 세대 격차를 넘어서고 우리 기업들이 창조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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