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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힘을 내요, 슈퍼총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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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힘을 내요. 슈퍼총장님. 존경합니다."

지난 20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2층 대강당 앞. 유엔 창설 70주년 특별행사를 마치고 나오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앞에 외교부 새내기 직원들이 이 같은 글이 적힌 팻말을 양손에 들고 환호를 보냈다.
개성공단 방문을 하루 앞두고 북한의 갑작스런 통보로 방문이 무산돼 당일 일정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을 반 총장에게 풋풋한 새내기 외교관들이 응원을 보낸 것이다.

김동선 정치경제부 차장

김동선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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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은 이날 특별행사에서 원고 없이 20분가량 연설을 했다. 행사 직전 기자단에 뿌려진 연설 원고에는 개성공단 방문에 대한 소회가 담겨 있었다. 원고는 이날 이른 아침 유엔 측에서 전달받은 것이라고 했다. 방북이 무산된 반 총장은 북한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유엔의 역할과 한국의 기여, 개발협력과 인권문제 등에 대해 영어로 즉흥 연설을 이어갔다. 그의 연설에는 진정성이 묻어 있었다.

이렇게 사람을 사로잡는 진정성과 온화한 인품 때문일까. 국내에는 그를 향한 신기루가 퍼져 있다. 정치권의 구애로 시작된 '반기문 대망론'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간 반 총장은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국내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번 개성공단 방문 추진을 두고서도 내년 12월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남에 따라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둔 초석 다지기라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반 총장 자신은 이번 이벤트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이런 저의 외교적 행보는 남북한 관계를 실질적으로 회복하려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일이므로 다른 목적으로 추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국내 정치는 한국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저에 관한 추측이나 여론조사도 자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여론은 아직까지 반 총장의 이런 희망사항과는 반대인 듯하다. 이는 돌려 생각하면 그만큼 국내 정치권에 인물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사석에서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이 됐을 때 외교부 직원 대다수는 자신이 '반기문 라인'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친화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다. 이 당국자는 반 총장의 퇴임 후 거취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을 떼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후 차기 대권 보다는 국제 빈곤 퇴치와 세계 평화를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고 선언이라도 했으면 좋겠노라고.

우리는 그동안 촉망받던 인물이 정치에 발을 들였다가 사그라진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가 그랬고 지난 대선 때 바람을 일으켰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현실 정치의 벽에 많은 생채기가 난 게 사실이다.

오늘(22일) 오전 출국한 반 총장의 마음은 여러 이유로 번잡할 것 같다. 외교부 새내기들의 바람처럼, 반 총장이 존경할만한 인물로 남기를 개인적으로도 바래본다. 이 시대의 사표(師表)는 한 명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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