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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고스톱으로 본 정재계 관계 풀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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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 국민 대표 오락으로 꼽히는 '고스톱'은 권력 가진 자, 그러니까 기본 3점을 올린 사람이 주도하는 잔인한 게임의 법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판에 뛰어들면 아무리 전세(戰勢)가 불리하게 돌아가도 포커와 달리 중간에 빠질 수가 없습니다. 3점을 올린 게임리더가 '고'라고 외치면 다른 참가자들은 그저 따라만 가야하고 2배, 4배로 돈을 더 잃어야 합니다. 고스톱 규칙은 자주 바뀌는 편인데 대체로 싹쓸이를 하는 이의 수익을 크게 해 게임의 스릴을 높이는데 목적을 두는 편입니다.
최근 정부와 대기업의 관계가 왠지 고스톱판과 비슷해 보입니다.

피박에 광박을 쓴 대기업들은 '고'만 외치는 정부를 멍하니 바라보며 담요 밑에 묻어놓은 판돈 중 얼마를 꺼내놔야 할 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부는 투자확대로 '원 고', 고용확대로 '투 고', 동반성장으로 '쓰리 고', 결정적으로는 '초과이익공유제'로 싹쓸이까지 한 판국입니다.

경영석학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시장의 힘과 민간의 기업활동이 개혁의제를 이끌어가는 운전사가 돼야겠지만 정부도 전략적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월가의 탐욕이 부른 금융위기로 인해 이같이 정부 역할 확대론은 경제학의 주류로 부상할 조짐입니다. 심지어 제도 뿐 아니라 생산적인 영역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로드릭 교수는 주장합니다.
그러나 최소한 '고스톱'식은 아닐 것입니다. 여권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감세철회 등을 주장하고 복지강화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니 '쓰리 고'로 게임을 끝내지 않고 '한판 더'를 외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역사적으로 정부 경제정책이 실패로 끝나는 데는 두가지 길이 있습니다. 특별히 무엇을 잘못하지 않았지만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잘못된 정책 개입으로 기업 부담을 늘리는 것이죠.

고스톱식 경제정책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피박'을 당했다는 것과, 상대방이 '쓰리고' 했다는 것을 모른척 한 채 일단 다음판으로 넘어가려고 할 것입니다. 다음 판으로 넘어가면 추심이 불가능하니까요.

정부는 그동안 고환율이라는 '광'만 팔아 얄밉게 돈을 챙긴 것 처럼 보이는 대기업이 미울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좋은 패(투자환경)'가 들어오면 알아서 할테니 제발 내버려두라고 합니다. 경제학자 케인즈는 "투자활동은 합리적 판단보다 동물적 본능에 의해 이뤄진다"고 할 정도입니다. 정부가 아직도 기업을 갑을관계로 가둬놓고 있는건 아닐까요.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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