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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트럼프 당선·유가 100弗…세계경제 뒤흔들 '검은 백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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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경제학자 119명이 위험순위 매겨

이슬람국가(IS)가 11월 내보낸 선전용 비디오.

이슬람국가(IS)가 11월 내보낸 선전용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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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2016년 3월의 어느 조용한 밤. 이라크 산유시설이 밀집해 있는 포 반도의 평야와 터키ㆍ시리아 접경에 위치한 쿠르드족 마을이 불시에 화염에 휩싸인다. 다음 날,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원유 파이프라인을 파괴하기 위해 테러를 저질렀다"며 악행을 실토한다. 이로 인해 하루 만에 세계 원유 생산량은 350만 배럴 감소한다.

때맞춰 나이지리아의 나이저강 하구 삼각주 원유 주산지대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알제리에서는 이로 인해 야기된 혼란 속에서 대통령이 사망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쿠데타가 발발하고, 이라크는 재건사업 부진으로 진통을 겪는다. 일련의 사태로 인해 산더미처럼 쌓였던 원유 재고가 고갈되면서 국제 원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선까지 치솟는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상 정책을 번복한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우연으로 점철된,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웃어넘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전ㆍ현직 외교관계자, 투자자, 지정학 전략분석가, 안보 전문가들과 함께 진지하게 토론한 내년 '블랙 스완' 시나리오 중 하나다. 블랙 스완이란, 실제로는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일단 일어나면 경제 시스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을 이르는 경제용어다.

다양한 블랙 스완 시나리오를 놓고 119명의 경제학자들이 위험 순위를 매긴 결과, 4분의 1 이상이 'IS의 공격으로 인한 유가 상승'을 1위로 꼽았다. 그 뒤를 이어 '영국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월스트리트 금융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는 발생 가능성과는 별개로, 한 번 발생했을 때의 위험성의 정도를 평가해 정한 순위다.

이런 돌발 상황의 발생 가능성은 마냥 낮지만은 않다. 헤지펀드 등에 정보를 제공하는 뉴욕의 리서치업체 나이트버그는 이들 3개 블랙스완 시나리오의 상대적인 발생 가능성을 각각 25%, 20%, 10%로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영국간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브렉시트(Brexit)'로 불리는 영국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가장 우려된다. 투자은행 UBS와 모건스탠리 등은 고객들에게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JP모건체이스, 소니 등이 해킹 등의 사이버공격에 무력하게 당했다는 점에서 월가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페이스북 캡처]

도널드 트럼프 [사진=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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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 비해 가능성과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듣기만 해도 등골을 서늘케 하는 블랙 스완 시나리오들도 있다. 무슬림에 대한 막말로 유명한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다.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미국 내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인 채권 등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나이트버그는 예측했다. 톰 풀러튼 텍사스 대학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정부에서 내놓는 새로운 정책은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대륙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축출이 블랙 스완으로 꼽힌다. IS의 테러로 인해 무슬림에 대한 혐오가 커지면 커질수록, 난민 개방정책을 취하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입지가 위험해지고 실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문사인 스피로소버린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이사는 "메르켈이 축출되면 (유럽 대륙에) 지옥문이 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발 경제위기 역시 블랙 스완 중 하나로 꼽혔다. 중국의 경제가 생각보다 부진할 경우, 중국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해 공산당의 권위를 깎아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의 경우 '중국 경제 경착륙' 확률이 30%에 달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블랙 스완 지수'로도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S&P500 왜도지수(skew index)는 지난 10월 역사상 최고치인 148.92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인상 불안감이 최고조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왜도지수는 12월 FOMC가 코앞으로 다가온 15일 오후 8시(현지시간) 현재 143.35를 기록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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