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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尋牛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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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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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도'는 불가(佛家)의 그림이다. 수행자가 인간의 본성을 찾아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목동이 소를 찾는 데 비유했다. 시우도(十牛圖), 목우도(牧牛圖)라고도 한다. 소와 동자가 등장한다. 소는 인간의 본성, 동자는 수행자다. 동자 대신 스님이 나오기도 한다. 모두 열 장면이다. 마음 닦는 일을 소 치는 데 빗댄 역사는 길다. '아함경'에 '목우12법(牧牛十二法)'이, '지도론'에 '십일사(十一事)'가 있다.

절에 가면 법당에서 심우도를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벽화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심우도와 마주치면 그 고졸함에 지루해질 뿐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치열한 수행의 세계. 천주교 사제 강길웅이 심우도를 해설한 글이 있다. 그는 천주교 기도인 '십자가의 길'을 걷듯 심우도를 읽어 나간다. 기독교의 수행자가 읽어주는 심우도.
①심우(尋牛)=동자가 고삐를 들고 나서지만 헤맬 뿐이다. 수행자가 발심(發心)하는 단계.
②견적(見跡)=소 발자국을 발견한다. 본성을 짐작하는 단계.
③견우(見牛)=소 꼬리가 보이네! 견성(見性)이 멀지 않다. 강 신부는 "십자가를 붙들고 간절히 기도하니 하느님 뜻이 설핏 보이는 단계"라고 했다.
④득우(得牛)=소 꼬리를 잡아 고삐를 건다. 소는 사납다. 곧 탐내고 화내고 어리석은 삼독(三毒)에 매인 거친 마음이다. 본성은 아직 다듬지 않은 금강석. 신부는 '로마서' 7장을 인용한다. '마음은 선하려 하나 몸이 악으로 기운다.'
⑤목우(牧牛)=동자가 소를 길들이며 끌고 간다. 삼독을 지우는 단계.
⑥기우귀가(騎牛歸家)=소 등에 올라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간다. 강 신부는 외친다. "이제 십자가가 나를 짊어지고 가요!"
⑦망우존인(忘牛存人)=집에 돌아왔건만 소는 사라지고 홀로 남았다. 소는 방편이었을 뿐이니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릴 일. "하느님의 집에 들면 십자가가 필요없다."
⑧인우구망(人牛俱忘)=동그라미 하나뿐, 소도 동자도 없다. 주관과 객관이 분리되기 전 본래 마음의 상태. 비로소 완전히 깨달았구나.
⑨반본환원(返本還源)=강은 잔잔하고 꽃은 붉게 피었다. 산은 산, 물은 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한 경지다.
⑩입전수수(入廛垂手)=지팡이를 든 행각승이 중생을 거두고자 세상에 나선다. 모든 종교는 궁극으로 인간 구원에 뜻을 둔다.

중생이야 '목우'면 성인의 지경이요 '기우귀가'는 꿈에서나 가능할 일이다. 사나운 소를 길들여 그 등에 올랐으니 본능마저 길들이지 않았는가. 미국의 놀이인 '로데오' 경기를 보아도 목숨을 걸고서야 소 잔등에 오름을 알 수 있다. 등을 내주는 일은 가없는 신뢰, 온전한 교감의 결과다. 그러므로 사나이들이여, 사랑하는 여인에게 등을 내주어라. 종로에서 흥인지문까지 그녀를 업고 걸어 보라. 비틀거린들 어떠랴. 그대의 등에, 그 마음에 애틋함이 있으리라. 등을 내줄 무렵에는 금수(禽獸)의 내면조차 오직 사랑으로 충만하다. 하물며 사람이랴!

"톱밥 속에 어미 개가/강아지를 낳은 겨울 아침/이쪽으로 쓰러지려 하면/저쪽으로 핥는 어미 개의/등허리에 서리가 반짝였다/아, 서리에서 김이 나고 있다"(박형준의 시 '겨울 아침' 일부)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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