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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그리움 또는 북방의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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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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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背)'은 '몸의 뒷부분으로 몸통을 지탱하는 근골격축의 신체 부위'이다. 등의 뼈대는 척추뼈, 갈비뼈의 몸쪽 끝, 골반뼈의 윗면, 머리뼈의 뒷바닥이다. 근육이 척추뼈와 갈비뼈, 골반과 척추뼈, 머리뼈와 척추뼈를 연결한다. 척수와 척수신경의 몸쪽 부위가 자리 잡고 있다. 척추뼈 서른세 개와 주변 근육, 척수관과 척수신경이 등을 이룬다.

등은 등의 뼈대와 근육을 지탱하고 힘을 골반을 통해 다리로 전달하여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머리를 떠받치고 가누게 하며 팔을 몸통에 매달고 그 움직임을 돕는다. 등에는 얕은 무리와 중간 무리로 구성된 외인근(Extrinsic muscles)과 깊은 무리로 구성된 내재근(Intrinsic muscles)이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신체기관정보)
외인근은 팔과 갈비뼈를 움직이고, 대체로 척수신경 앞가지(운동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외인근의 얕은 층은 팔과, 중간층은 가슴과 연결된다. 내재근은 자세를 유지하고 척추를 움직이며 굽히고 펴거나 돌림 운동을 한다. 척수신경 뒷가지(감각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보디빌더의 우람한 가슴과 초콜릿 복근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많은 운동전문가들은 "등이 강해야 힘을 쓴다"고 한다.

등은 우리 몸의 일부일 뿐 아니라 오랜 역사를 거슬러 상징의 세계를 여는 출입구이다. 소처럼 일해 가족을 부양하는 사나이에게도 '비빌 언덕'은 있어야 하거니, 어디를 비비는가. 곧 그 등이다. 사장은 나의 등을 두드려 격려한다. 총탄이 난무하는 활극영화에서 단짝 주인공은 중과부적이 되면 서로 등을 맞대고 최후의 항전을 준비한다. 총알이 열 발도 들어 있지 않은 권총 한 자루로 수십 명을 저세상으로 보낸다.

등은 따뜻하다. 어머니는 나를 등에 업어 키웠다. 나의 아들과 딸 또한 제 어머니와 할머니의 등에서 자랐다. 당신은 세상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성의 등에 훗날 당신의 어린 날, 그 그리움으로 향하고야 말 지도를 새겼다. 그리고 우리는 저마다 제 등을 지고 다니며 세상의 무게를 느낀다. 홀로임을 깨달을 때 우리는 등이 시린 경험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문득 고독해지며, 뭔지 모를 슬픔에 사로잡힌다.
아, 말해 무엇 하리오. 무엇보다 등은 따뜻함이요 그리움인 것을! 북방(北方)에서 나고 자란 사나이, 내 아버지가 고향을 떠나 유학길에 오를 때 전주 김씨 내 할머니는 오래도록 아들의 등 뒤에서 손을 흔들었으리. 공부 마친 아들은 어찌 귀향하지 않고 남녘의 도시 부산에 깃들였는가. 그래서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아버지의 도시' 부산을 마치 고향인양 그리워하며 이따금 아내를 달래 남행열차에 몸을 싣는다.

1940년대의 부산은 추웠다더라. 겨울날 바닷바람은 골목골목을 거슬러 올라가 고단한 시민들의 창을 쉬지도 않고 두드렸다 한다. 그래서 달빛 아래 파도 반짝이는 밤이면 그토록 잠들기 어려웠으리. 말(馬)의 무리가 갈기를 날리며 휘몰아가는 북방, 그 너른 대지의 등허리가 그토록 그립더라는 아버지의 혼자 하신 말씀을 아들은 현재인 양 미간에 새기는 것이다.

문화스포츠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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