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같은 대외 불확실성 증대, 저성장세 장기화와 내수위축,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실업자 급증, 가계부채 증가, 주택 공급과잉과 중도금 집단대출규제 등 여러 변수가 결합되면서 하반기 주택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이미 지방의 주택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서울 강남의 재건축아파트를 제외한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세도 둔화됐다. 올해 1~5월 주택매매 거래량은 전년보다 약 25%나 감소했다. 반면 공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년보다 좀 줄긴 하겠지만, 올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약 65만가구, 분양 물량은 약 45만가구로 전망된다. 지난해 인허가 물량은 사상 최대치인 약 77만가구였고, 2013년 이후 인허가 물량의 대부분은 곧장 착공으로 이어졌다. 공급과잉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택건설업체들로서는 향후의 사업여건이 더 불투명하고 더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조기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주택경기 호황에 가려 공공시장의 불황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공공수주 비중이 높은 지역중소건설업체들에게 지금의 건설경기는 심각한 불황이다. 토목투자는 지난 6년간 감소했고, 원가에 못 미치는 비현실적인 공사비 책정과 낮은 낙찰률로 인한 손실도 여전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주택경기 호황이 가져온 자재비·노무비·장비비 등 공사비 상승에 따른 피해도 있다.
하반기에 건설업체들은 리스크관리 강화와 사업 구조조정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주택사업 외 신사업 발굴과 신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이 같은 개별기업 차원의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부의 정책방향이다. 내수에서 차지하는 주택시장의 비중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급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급격한 위축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규제도 적절한 수준으로 잘 관리돼야 한다.
국토개발의 새로운 비전과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는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수도권 2기 신도시 등 무려 30여 곳에 이르는 신도시를 동시다발로 건설해왔다. 최근 2~3년간의 주택경기 호황도 신도시 건설사업에 힘입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대부분의 신도시 건설사업이 종료 단계에 들어섰다. 도시재생·리모델링·노후인프라 개선 등을 위한 건설투자도 늘어나겠지만, 신도시 개발에 비하면 그 규모는 작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2∼3년 뒤부터 건설업계는 수주절벽, 매출절벽이란 현실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새로운 도시개발 패러다임 정립을 비롯한 건설산업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야 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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