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 지역에서 건설업을 하다가 지금은 다른 고장에 자리를 잡은 분이 지인의 소개로 찾아왔다. 이곳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해 사업기반을 마련했다는 그는 이곳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며 오랜만에 찾아온 기쁨으로 연신 싱글거렸다. 뒷산을 병풍 삼아 남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햇볕 잘 들고 공기 맑은 곳이니 인심이 좋다는 그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뒷산을 가로막은 아파트촌과 무미건조하게 반복되는 원룸들이 풍경의 아름다움을 가려버려 여는 도시와 같이 거칠고 썰렁한 곳이 되고 말았다.
'유마경'에서 말하길, 부처님의 땅에 부처님을 닮은 중생이 태어난다고 한다. 부처님이 어질면 어진 중생이 태어나고, 부처님이 베풀기 좋아하면 베풀기 좋아하는 중생이 태어난다고 한다. 탈종교화 시대라고 하지만 종교만큼 좋은 성인교육기관이 아직은 없다. 사람들의 심성을 순화시키는 일을 종교만큼 잘 할 수 있는 제도도 없다. 종교지도자들이 쓸데없는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그들 자신의 부패를 우선 해결해야 하지만 말이다.
지난 가을, 사찰 건물 둘레의 화단을 정리하면서 화단을 둘러싸고 있는 철제 담장을 어떻게 할지 신도들과 의논했다. 예전 주지스님 중 한 분이 사찰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것인데, 경계가 그어진 후에 일어난 일은 원하는 바와 달랐다. 내 입장에서는 담장 안이지만 담장 옆에 주차하는 차량 운전자 입장에서는 화단이 담장 밖이니까 오히려 마음 놓고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꼴이 됐다. 나의 안전과 쾌적함을 위한 시도가 역효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명법 스님·구미 화엄탑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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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인줄 알았는데 부비동염? '환절기 주의보'[콕!...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