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전운이 감돈다는데 의외로 차분한 한국인들에 놀란 미국 언론들의 반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노와 화염' 발언에 북한이 미국령 괌에 대해 탄도미사일을 포위사격 하겠다고 맞서면서 북미 간 긴장감이 한껏 고조된 상태에서 나온 보도들이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의 보도처럼 국내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하다. 생필품 사재기 같은 뉴스는 20세기의 유물이 된 듯 찾아보기 힘들다. 뉴스 전문채널과 종편에서 미사일과 핵무기 얘기를 종일 방송하지만 대부분 시민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걱정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설마 …"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와 북한의 설전이 오간 지난 9일 코스피는 1.10% 하락했다. 적은 낙폭은 아니지만 일본 니케이지수 낙폭 1.29%보다 적었다.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2551억원어치, 선물시장에서 399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바람에 증시가 밀렸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이를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건 아니고) 국내 투자자들은 위기에 투자를 하는 역발상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역발상 투자가 위기로 인해 주가가 충분히(?) 하락한 후에야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정통 역발상 투자로 보기는 어렵기는 하다.
어쨌든 역발상 투자의 대가인 템플턴의 전설도 전쟁과 함께 시작했다. 지질회사에 다니던 20대의 템플턴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미국 증시가 1년간 50% 가까이 폭락하자 주식투자에 나섰다.
직장 상사에게 1만달러를 빌려 1달러 미만짜리 주식 104개를 100주씩 샀다. 4년후 이 주식들의 가치는 4만달러가 됐다. 전쟁 위기도 아니고 진짜 전쟁이 터졌는데 템플턴은 어떻게 2차 대전을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템플턴은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30년대 중반 독일을 여행하며 독일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예견했다. 미국이 남북전쟁과 1차 세계대전 때 군수 물자 덕에 호황을 누렸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본주의라는 틀은 유지될 것이고, 전쟁도 이 틀 안에서 수행될 것이라는 걸 알고 베팅을 한 셈이다.
갈수록 격화되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날선 공방에 라면 같은 생필품이 아닌 주식을 산 국내 투자자들. 곧 전쟁 날 것 같은 분위기인데도 평온을 유지한 이상한(?) 국민들이 이해 안 되는 외국인. 이 판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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