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오후 한 詩]낮달/유지소

최종수정 2017.05.04 10:12 기사입력 2017.05.04 08:59

 


나는
거기 있었다 네 머리 위에
거기 있었다 네가 떠나간 후에도

거기가 거기인 줄도 모르고
거기 있었다

물이 흐르면서 마르는 동안
바퀴가 구르면서 닳는 동안

지구가 돌면서
너의 얼굴을 바꾸는 동안
그동안
거기 있었다
나는

거기라는 말보다도 한참 먼 거기에


■김소월이 쓴 '산유화'라는 시는 다들 잘 알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라는 구절도 익히 알 것이고. 그런데 "저만치"는 시적 화자와 꽃 사이의 심정적 거리를 드러내는 말이다. 심정적 거리란 확정할 수 없는 깊이다. "거기라는 말보다도 한참 먼 거기"가 그런 곳이다. 대체 그 "거기"는 어디쯤일까? 아마 시인도 모를 것이다. 다만 "거기라는 말"로는 도저히 가늠할 길 없는 아득한 "거기"라고밖에는. 당신에게도 그런 "거기"가 있을 것이고, 그곳에 "낮달"처럼 당신을 바라보던 누군가가 꼭 한 명은 있을 것이다. 채상우 시인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늘 본 뉴스

아시아경제 추천뉴스

리빙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