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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면세점 둘러싼 '빅2'의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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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면세점 사업은 참 '럭셔리'한 사업이다. 연(年) 수천억원의 자릿값을 내면서 영업을 한다는 점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나 해외여행객을 대상으로 비교적 고가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소비패턴 변화로 유통 채널로서 면세점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는 것 또한 면세점 이미지를 '값 비싸게' 만든다.

그러나 이 '고품격' 시장을 키우는 과정에서 업계가 품위를 지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면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롯데와 신라, '빅2'의 신경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2020년까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사업할 3기 입찰 결과가 11일 발표된 직후 승기(勝旗)는 롯데가 먼저 잡았다. 대기업에게 열린 8개 구역 가운데 네 곳을 차지하면서 2기 사업 때 보다 면적을 50% 확대했다. 신라의 경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공을 들여 입점시킨 루이뷔통 매장을 내어주는 등 입지가 좁아진 탓에 아쉬워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그러나 이튿날 "롯데가 신라의 몇 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베팅했다"며 높은 임차료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빅2'의 표정은 엇갈렸다. 알짜 사업만 챙겨 수익성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에 호텔신라 주가는 이날(12일) 4% 가까이 올랐다. 그러는 동안에도 롯데의 입찰가가 얼마라는 둥, 신라가 일부 입찰제안서에서 현저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둥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떠다녔다. 다 업계에서 흘러나온 얘기다.

입찰가격이 상세히 공개되면서 분위기는 더 흐려졌다. 롯데는 5년 동안 총 3조6100억원, 연간 7200억원 가량의 임차료를 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라 역시 5년 임차료 1조3200억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업계의 신경전이 소비자 가격을 인하하거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긍정적 경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입찰자들이 제시한 입찰 가격과 경쟁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당장 다음달 예정된 중소ㆍ중견기업 전용 3개 구역의 재입찰만 더 어렵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떠밀려' 나섰던 일부 중소기업은 치솟은 임차료 기준에 벌써부터 입찰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높은 임차료 탓에 공항 면세점에서는 시내면세점이 제공하는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계 경쟁이 오히려 가격을 올린 격이다.

면세점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불황에도 장사가 잘 돼서고, 장사가 잘 되는 이유는 취급하는 제품값이 시중보다 저렴해서다. 그리고 저렴해진 이유는 세금을 깎아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금 할인'의 혜택을 누가 보고 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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