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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新경제지도]20년 전 계약 北7개 SOC…현대그룹 '부활의 날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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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2016년 2월 개성공단 개발사업까지 멈춰 섰다. 1998년 6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물꼬를 튼 대북사업 최대 위기였다. 그룹의 상징과도 같았던 대북사업이 막히면서 현대그룹의 '시련의 10년'도 시작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룹이 극심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그룹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던 현대상선이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고 창립 40년 만에 그룹과 결별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 부산항터미널 등 주요 계열사와 자산들을 줄줄이 매각하며 한때 재계 1위였던 그룹의 자산규모은 3조원 중견기업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1998년 소떼 방북으로 경협 물꼬 텄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사망 사건 악재
개성공단 올스톱 '시련의 10년'
'인고의 10년'을 보낸 현대그룹이 남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재도약의 꿈을 다시 키우고 있다.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분야는 크게 관광(금강산, 개성, 백두산),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 기타 남북경협 사업으로 나뉜다. 이 중 계열사 현대아산을 통해 확보하고 있는 7개 대북 SOC 사업권은 북한의 경제 개방 이후 남북 경협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8년 6월 소떼 500마리를 트럭에 싣고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 임진각에 도착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모습.

1998년 6월 소떼 500마리를 트럭에 싣고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 임진각에 도착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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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은 2000년 8월 고 정몽헌 회장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두 차례 면담 끝에 북한에 5억달러(약 5300억원)를 지급하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업지구 개발사업권을 포함한 SOC사업권을 따냈다. 당시 양측이 맺은 '경제협력사업권에 관한 합의서'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전력, 통신, 철도,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사업 등 7개 사업을 30년간 운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자금은 현대그룹 재원과 남측, 제3국 정부, 특정기금,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조달 할 수 있도록 해 컨소시엄 구성의 가능성도 열어 뒀다. 현대그룹은 "남북간 합의서는 배타적 독점권이 아니다"라며 "향후 경협이 구체화된다면 정부와 공공기관을 비롯해 국내외 투자기관, 전문기업, 관계기관과 협력해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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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의 총 면적은 약 2000만평(65.7㎢) 규모로, 이 중 조성공사에 착수한 면적은 공단구역 100만평에 불과하다. 아직 사업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향후 2단계(250만평)와 3단계(550만평) 사업을 통해 공단 800만평, 신도시 1200만평 규모의 다양한 경협 사업이 현대그룹을 주축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현대그룹은 이미 지난달 남북 경협을 대비하는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했다. 남북경협사업 TFT는 현 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한다. 현대아산 대표와 그룹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위원으로 실무를 지휘하고, 계열사 대표들이 자문역할을 담당한다. 실무조직으로 현대아산 남북경협 운영부서와 현대경제연구원 남북경협 연구부서, 전략기획본부 각 팀, 그룹커뮤니케이션실 등 그룹과 계열사의 경협 전문가 역량을 총집결했다. 지난 12일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경협 사업 재개에 진전을 이루지 못해 사업 구체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그룹은 과거 경험을 토대로 경협사업에 적극 나선다는 복안이다.

TFT 운영은 매주 1회 정기 회의를 열고 사안 발생 시 수시 회의를 소집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우선 금강산ㆍ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기존 사업들의 분야별 준비사항과 예상 이슈를 점검하고, 북측과 맺은 7대 SOC 사업권을 토대로 향후 전개할 다양한 남북 경협 사업을 검토하고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현 회장은 "남북 경협 사업을 통해 남북 화해와 통일의 초석을 놓고자 했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잘 받들어 계승해 나가자"며 "남북 경협 사업 선도 기업으로서 지난 20여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중하면서도 주도면밀하게 사업재개 준비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2003년 2월 북한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열린 '금강산 육로관광 기념행사'에서 북한 고적대가 경쾌한 반주로 분단 반세기만에 이어진 남북간 육로 관광을 축하하고 있다.

2003년 2월 북한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열린 '금강산 육로관광 기념행사'에서 북한 고적대가 경쾌한 반주로 분단 반세기만에 이어진 남북간 육로 관광을 축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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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북과 신뢰관계…김정은 친서도
남북정상회담 후 경협 대비 TF 출범
"10년간 사업재개 준비 곧 구체화 기대"

현대그룹은 북측과의 신뢰 관계가 20년 이상 이어져 온 만큼 현대그룹측이 보유한 사업권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현 회장이 지난 2014년 12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3주기에 맞춰 개성공단을 방문했을 당시 추모화환과 애도의 조의를 표하자 이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전 회장들과 맺은 깊은 인연을 귀중히 여기고 대를 이어가려는 마음을 뜨겁게 표했다"면서 "현 회장의 사업에 언제나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은 친서를 보냈다.

2014년 12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3주기에 북한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

2014년 12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3주기에 북한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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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강조한 만큼 선친 때 부터 이어진 현대그룹과의 20년 신뢰 관계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부적으로 남북문화교류협력특별전담반 TF를 꾸리면서 남북 관광 교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강산 관광을 전개해 온 현대아산은 남북정상회담 전후로 금강 경협본부를 확대 보강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비해 마련해 둔 매뉴얼을 점검하며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지난 16일은 고 정주영 회장이 민간인 신분으로는 최초로 판문점을 통과해 소떼를 몰고 방북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30일은 개성공단 착공식(2003년) 15주년이고, 다음달 16일은 현 회장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만나 개성과 백두산 관광에 합의한 지 만 13년을 맞는다. 오는 8월4일은 정몽헌 전 회장의 15주기가 예정된 날로, 올해는 금강산에서 추모식이 열릴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사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흔들림 없는 의지와 확신으로 준비해온 만큼 경협이 구체화될 경우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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