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선거구제는 우리나라의 권력구조와 정당제도에 맞물려 무엇보다 정치인을 왜소하게 만든다. 국민의 대표가 되려는 후보가 좁은 선거구에 묶인다. 기초자치 단체 하나를 갑을병 해가면서 서넛은 보통이고 수원과 같은 곳은 5개로까지 쪼개서 후보를 내었다. 그 후보는 국가 전체를 대표하겠다고 하면서도 정해진 작은 지역 선거구민의 정서만 얻으면 된다. 전체 공동체에 이르지 못하는 근시안으로 왜소해지는 것이다.
선거운동도 문제이다. 돌아다녀 봐야 시장통이다. 직업인은 대부분 사무실 깊숙이에서 일을 하고, 집 안에서 쉬고 살림을 한다. 시장의 상인이 과잉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계층은 또 대부분 조기축구회나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이어서 과잉대표가 가중된다. 이는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근본적인 정책개발에도 장애가 된다. 좁은 지역에서의 밀착관계로 인해 평소의 지역구 관리비용도 문제이다. 선거구민이 지금과 같이 20만 명 안팎이 아니라 예컨대 100만 명 정도 된다고 해보자. 표 때문이라면 더 이상 관혼상제에 쫓아다니지 않는다. 경로당을 찾기보다는 관련 행정공무원을 제대로 확충하고 조직하는 정책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는 극단화와 진영화라 할 것이다. 소선거구제는 이를 부추긴다. 이번 선거에서 22표 차이로 접전을 벌였던 선거구의 후보자들은 4만여 표씩을 얻었다. 그럼에도 2등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구조이다. 죽기 살기로 선거를 치르고, 그 문턱을 넘어온 이들이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대립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정당 간의 경쟁이 없어 지역 발전도 지체됐다. 대구와 광주가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최저라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방휼지쟁(蚌鷸之爭: 도요새가 조개를 쪼려 하자 껍데기를 닫아 같이 물려 있는 형세)은 어부지리를 낳는다. 어부는 중앙이다. 강준만 교수는 "2014년 지방선거가 끝나자 어느 정당이 이겼는가를 놓고 말이 많았다...(중략)...승자는 중앙이요 패자는 지방"이라고 했다. 이 어려움을 뚫고 대구에서 김부겸, 순천에서 이정현, 부산에서 김영춘이 생환했다. 이들은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 희생적인 도전을 감행했다. 20대 국회는 이들이 튼 물꼬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제 중대선거구제를 토론해보자. 사표방지와 지역주의 완화 효과는 물론이다. 복수 후보가 협력하여 광역의 차원에서 지역에 적합한 정책을 제시하고,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이 정책을 통해 평가된다. 이래야 개개의 정치인은 물론이고 정당도 소수지배에서 벗어나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이 지역주의의 볼모에서 풀려 선거에 참여하는 보람을 느껴야 할 것 아닌가.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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