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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시선]소선거구제, 무엇이 문제인가

최종수정 2016.04.21 11:02 기사입력 2016.04.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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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우리나라 권력구도를 뒤흔든 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번 총선은 온갖 잡음과 막말이 난무하고 막장으로 치달아, 20대 국회에 대해 비관적인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제도적 틀이 문제일까? 필자는 그 중심에 소선거구제가 있다고 본다.

소선거구제는 우리나라의 권력구조와 정당제도에 맞물려 무엇보다 정치인을 왜소하게 만든다. 국민의 대표가 되려는 후보가 좁은 선거구에 묶인다. 기초자치 단체 하나를 갑을병 해가면서 서넛은 보통이고 수원과 같은 곳은 5개로까지 쪼개서 후보를 내었다. 그 후보는 국가 전체를 대표하겠다고 하면서도 정해진 작은 지역 선거구민의 정서만 얻으면 된다. 전체 공동체에 이르지 못하는 근시안으로 왜소해지는 것이다.

물론 현대 국가학은 국회의원이 전체 국민을 대표하므로 뽑아준 이들의 의사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무기속위임) 근대적 공준을 허구로 본다. 하지만 이것도 정도 문제이지 전국을 아우르는 사회ㆍ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인물을 뽑는 선거에서 행정동 몇 개를 모아서 만든 선거구를 위한 공약으로는 시야가 너무 협소하지 않은가.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가 되지 못한 이유이다. 인터넷에서 인기가 좋은 '순천의 현자'는 "입법 활동 제대로 해서 국민들 편안하게 해주는 게 국회의원 역할인데, 내가 되면 순천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다, 이건 다 거짓말이에요"라고 일갈한다.

선거운동도 문제이다. 돌아다녀 봐야 시장통이다. 직업인은 대부분 사무실 깊숙이에서 일을 하고, 집 안에서 쉬고 살림을 한다. 시장의 상인이 과잉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계층은 또 대부분 조기축구회나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이어서 과잉대표가 가중된다. 이는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근본적인 정책개발에도 장애가 된다. 좁은 지역에서의 밀착관계로 인해 평소의 지역구 관리비용도 문제이다. 선거구민이 지금과 같이 20만 명 안팎이 아니라 예컨대 100만 명 정도 된다고 해보자. 표 때문이라면 더 이상 관혼상제에 쫓아다니지 않는다. 경로당을 찾기보다는 관련 행정공무원을 제대로 확충하고 조직하는 정책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는 극단화와 진영화라 할 것이다. 소선거구제는 이를 부추긴다. 이번 선거에서 22표 차이로 접전을 벌였던 선거구의 후보자들은 4만여 표씩을 얻었다. 그럼에도 2등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구조이다. 죽기 살기로 선거를 치르고, 그 문턱을 넘어온 이들이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대립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소선거구제는 또한 지역주의를 강화해왔다. 지역구마다 1명만 당선되기 때문에, 정치색과 역사성이 짙은 영남이나 호남에서 특정정당이 독점하기가 수월하다. 여기서는 공천이 곧 당선이기 때문에 국민이 아니라 중앙당, 즉 당내 실세에게 줄을 서기 마련이다. 그래서 훌륭하거나 최소한 상식적이던 사람들이 정치권에 들어가면 눈치를 보느라 왜소해져서 존중받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기 일쑤다.

정당 간의 경쟁이 없어 지역 발전도 지체됐다. 대구와 광주가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최저라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방휼지쟁(蚌鷸之爭: 도요새가 조개를 쪼려 하자 껍데기를 닫아 같이 물려 있는 형세)은 어부지리를 낳는다. 어부는 중앙이다. 강준만 교수는 "2014년 지방선거가 끝나자 어느 정당이 이겼는가를 놓고 말이 많았다...(중략)...승자는 중앙이요 패자는 지방"이라고 했다. 이 어려움을 뚫고 대구에서 김부겸, 순천에서 이정현, 부산에서 김영춘이 생환했다. 이들은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 희생적인 도전을 감행했다. 20대 국회는 이들이 튼 물꼬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제 중대선거구제를 토론해보자. 사표방지와 지역주의 완화 효과는 물론이다. 복수 후보가 협력하여 광역의 차원에서 지역에 적합한 정책을 제시하고,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이 정책을 통해 평가된다. 이래야 개개의 정치인은 물론이고 정당도 소수지배에서 벗어나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이 지역주의의 볼모에서 풀려 선거에 참여하는 보람을 느껴야 할 것 아닌가.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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