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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을가다]"北비핵화도 아세안 활용…'포스트베트남'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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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新남방'을 가다 <22> 전문가에게 듣는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외무장관들이 지난달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51회 아세안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외무장관들이 지난달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51회 아세안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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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시아의 변방으로만 여겨졌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이제 세계의 역동적 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5%대의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이들 국가는 인구 6억3000만명, 국내총생산(GDP) 2조5000억달러 규모에 이르며 평균 연령도 30대에 불과해 무궁무진한 성장잠재력이 있다. 바로 이 아세안과 인도를 외교적 우군이자 신성장동력으로 연계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신남방 정책'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아세안 순방기간 신남방 정책의 핵심가치로 사람(People), 평화(Peace), 상생 번영(Prosperity)을 제시한 지 약 10개월.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정세가 긴박하게 변화하는 가운데서도 선제적 지역 전략으로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총 6개월에 걸쳐 매주 아세안 각국의 트렌드와 사업 기회를 살피는 '기회의 땅 신(新)남방을 가다' 기획시리즈를 연재한 아시아경제신문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전문가 5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남방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한다.
아시아경제신문은 그동안 대학과 공공ㆍ민간 연구기관에서 오랫동안 아세안을 연구해온 5명의 전문가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질문했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신남방경제실장, 김영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전 한ㆍ아세안센터장), 김혜진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정치학),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원기 국립외교원 아세안ㆍ인도 연구센터 책임교수(가나다 순)가 서면 및 대면 인터뷰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아세안 국가들을 외교 우선 순위에 둔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 정책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구체적 로드맵이나 지향점이 부족하다는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여전히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가 경제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아세안 국가들과 공동 번영과 평화를 모색할 수 있는 구체적 협력 사업을 발굴,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이 신남방 정책을 강조했으나 급격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아세안 외교가 기대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일찌감치 북한과 교류해온 아세안 국가들을 동북아지역 평화 조성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정권이 바뀌어도 대아세안 정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최근 출범한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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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신남방 정책이 일궈낸 성과를 평가한다면.
▲이재현(이하 이)=경제사회뿐만 아니라 정치안보적으로도 아세안을 한국 외교 어젠다의 중요 사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데 성과가 있다.
▲김영선=과거에도 이들 국가와 긴밀한 관계였지만 우선순위로 정책화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대통령 순방 등 구체적 액션을 보인 것도 성과다.
▲최원기(이하 최)=대통령 순방을 통해 우리 정부의 협력강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이들 국가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내용들을 착실히 이행해 나간다면 우리 외교에서 중요한 우군을 확보할 수 있다.
▲김혜진=아세안 국가에서 문 대통령의 인지도가 매우 높다. 아세안 외무장관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신남방 정책을 강조한 것에 대해 현지 언론들도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될지 문의도 많다.
▲곽성일(이하 곽)=아세안, 인도와 더불어 잘살 수 있다는 공감을 형성했다. 우리 국민에게 아세안과 인도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전기가 됐다.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김혜진=정책은 정책이고, 실현은 실현이다. 평화, 상생번영, 사람 등 큰 방향성은 제시됐는데,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실현할지에 대해 아직 의문점이 많다.
▲김영선=시그니처 사업이 있어야 한다. (대아세안에 포함되느냐가 불명확한) 호주, 파키스탄 등에 대한 입장도 세워야 한다.
▲곽=국민들이 신남방 정책을 아세안 진출전략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아세안과 인도 역시 한국과의 경제협력 확대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다층적, 다면적 관계를 형성해 이를 토대로 지역의 신성장동력을 형성하려 한다는 점을 모르고 있다.
▲이=국내에서 아세안은 주요 어젠다로 취급받지 못했다. 훨씬 큰 의지를 투입해야만 힘을 받을 수 있다. 정치제도적 뒷받침이 약하다. 국내 관심과 연구 측면에 대한 장기적 투자도 필요하다.
▲최=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신남방 정책 추진의 가시성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좀 떨어졌다.

-한반도 정세로 신남방 정책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 힘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한반도 문제에 집중된 정부와 국민적 관심을 신남방 정책과 효과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비핵화 이후 북한에 아세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이를 위해 지금 준비해야 하는 아세안 정책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곽=북한 비핵화 이슈와 주요 2개국(G2) 무역갈등은 신남방 정책과 별개가 아니다. 신남방 정책은 신북방 정책과 한반도신경제구상과 어우러져 하나의 새로운 글로벌 성장동력으로 작동한다. 미ㆍ중 갈등 상황에서 남방지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신남방 정책은 더욱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정책 본질을 더욱 알리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김혜진=후순위로 밀렸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아직 구체적인 아세안-한국 협력 로드맵이 나오지 않아서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특별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우선과제는.
▲곽=늦은 감이 있다. 그간 추진된 정상회담 성과를 분석하고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추진 로드맵을 완성해야 신남방 정책에 대한 협력대상국의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
▲김영선=크게 제시하고 각 부처에서 할 일들을 모아야 한다. 너무 문재인 정책으로만 강조해서도 안된다. 정권의 정책이 아니라 한국의 정책,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질 수 있는) 신남방 정책 1.0의 개념이 돼야 한다.
▲최=정책 비전을 더욱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ㆍ중 대립 구도의 외교적 차원에서 지역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략을 면밀히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김혜진=지금까지 아세안과 한국 간 교류행적을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분야를 망라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특별위의 역할이다. 특히 북한 정부와 아세안 국가 간 공식 외교관계, 행적, 교역, 교류를 꼭 포함해야 한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세안 10개국 모두 북한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왔다. 아세안 국가가 한반도에 기여할 수 있는 남북한 평화관계의 역할을 제시할 수 있다.

-신남방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지향점은 무엇이 돼야 하나.
▲이=사람, 번영을 기반으로 한 평화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협력과 달리, 평화협력은 전략적 신뢰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도 이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평화는 강대국보다 중소국가들이 주장할 때 훨씬 더 강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향점은 한국과 아세안이 손잡고 지역의 평화를 만들어 내는 평화건설자다.
▲김혜진=동남아를 오직 투자ㆍ사업지역으로만 보는 것은 신식민주의 사관과 다를 바 없다. 구체적 협력을 통해 슬로건(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 공동체)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세안국가와 한국이 아세안 국가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플라스틱 폐기물 대책을 함께 고민하면서 환경에 대해 고민하면 사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고, 사람-상생번영-평화를 성취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곽=일본은 1977년 후쿠다 독트린을 통해 아세안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중국도 2013년 리커창의 아세안 방문에서 상생을 강조했다. 일본, 중국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지향점은 결국 평화공동체 형성이다. 아세안은 북한과도 수교를 맺은 국가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이 아세안과 인도를 포함해 넓게는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
▲최=상생공영 차원에서 실질경제협력 확대가 중요하다.
▲김영선=한국은 중견국으로서 아세안 지역평화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사이버 대테러, 기후변화 등에서도 어떤 역할이 가능한지 강점을 제시해야 한다. 사람과 관련해서는 코리안드림을 꿈꿀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한국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거나 강화할 필요가 있는 국가는 어디인가.
▲최=인도와의 협력, 또한 아세안의 핵심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경제적으로는 아세안에서 포스트 베트남을 발굴해야 한다. 미얀마가 잠재성이 높다.
▲곽=현시점에서는 인도네시아다. 베트남을 교두보로 삼아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미얀마까지 이어지는 메통 협력을 강화하고,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삼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해양부와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5000명의 거대 소비시장일 뿐만 아니라 해상교통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김혜진=아세안은 유럽연합(EU)처럼 강한 결속력 아래 정책을 만들고 이행하는 부분은 약하다. 아세안을 큰 숲으로 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별국가를 이해하고 상대하는 전략도 별도로 염두에 둬야 한다.
▲김영선=개별국과 아세안의 어젠다는 다르다. 아세안 커넥터비티를 새롭게 해야 한다.

-아세안 국가에 새롭게 진출 희망하는 기업들에 해주고 싶은 조언은.
▲최=싱가포르 전직 대사가 최근 포럼 비공개 세션에서 한국은 그동안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아세안에 대해 너무 거래지향적으로 대해 왔다고 따끔하게 지적한 바 있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아세안을 시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생산기지로는 어떻게 활용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김영선=현지화, 차별화가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지역전문가를 꾸준히 육성해야 한다.
▲김혜진=현지인 기용을 염두에 두는 것도 좋다. 싱가포르 국립대에도 훌륭한 인재가 많지만 한국 기업에 근무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한국 기업과 젊은 인재 간 교류가 적고 상호 간 이해가 적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캠퍼스에 와서 교류하고 인턴십도 열려 있다. 한국은 아직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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